[어디있니?] 오순도순 반지하방 가족사진…마지막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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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Zd5lzHZ5 작성일19-06-05 21:13 조회8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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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서울 노룬산시장 인근 실종 셋째딸 '명창순'
"이제 딸이 직접 가족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울듯"
장기 실종자 명창순씨의 아버지 명노혁씨가 뉴스1 기자와 만나 32년전 가족 사진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 노혁씨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가 창순씨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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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명노혁씨(69)에게 셋째딸 창순씨(당시 3세)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1987년 초 가게를 시작한 노혁씨는 어린 딸을 돌볼 수 없어 충남 예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맡겼다.
하지만 장사는 잘 안됐고 노혁씨 부부는 가게를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망하다시피' 문을 닫아야 했다. 장사를 접고 노혁 부부는 여러 곳을 전전했고 그러다 지금의 서울 광진구 노룬산시장 인근에 반지하 방을 하나 얻었다.
노혁씨는 시골에 맡겨둔 딸을 데려와 몇개월 만에 품에 안았다. 반지하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가족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1주일 뒤 창순씨는 놀러 나간 두 언니를 찾으러 간다며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고 사진은 가족 모두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가족사진이 됐다.
1987년 5월17일은 노혁씨는 딸 창순씨를 잃어버린 그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밤을 새우며 딸을 찾아다녔지만 동네 어디서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둥근 얼굴형, 오른뺨에 펜치로 찍힌 자국, 쌍가마, 아빠 이름은 알고 있음…' 노혁씨는 딸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에 딸의 사진과 함께 특징이 적힌 담긴 전단을 만들어 무작정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지하철을 타고 이쪽 종점에서 저쪽 종점까지 모든 역을 다니면서 역 게시판마다 딸의 얼굴이 인쇄된 전단을 붙였다. 역무원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노혁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전단을 돌리고 비어있는 게시판마다 딸의 사진을 붙였다. 노혁씨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임, 여성회관에서 하는 강의 같은 거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면 꼭 쫓아가서 전단을 붙였어요"라고 말했다. 노혁씨는 그렇게 전국에 뿌린 전단이 수십만장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노혁씨에게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대는 상처가 됐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게시판에 그런 전단을 붙이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을 때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올라 "당신이 자식을 잃어버리면 그럴 수 있냐!"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경찰에도 도움을 구하러 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혁씨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는 아이를 잃어버리면 다 부모 탓이었어요"라며 "경찰서에서도 '아이를 잃어버린 걸 왜 여기서 따지냐'는 식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노혁씨는 "세력깨나 있고 돈깨나 있는 사람 아이면 몰라도 어려운 사람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노혁씨 부부가 딸을 찾아 헤맨 지 30년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어린이날 언저리가 되면 딸이 모습이 더 어른거렸고 보고 싶은 마음은 커졌다. 노혁씨는 차를 타고 가다가도 창순씨 또래의 비슷한 아이를 보면 차를 멈춰 새우고 얼굴을 확인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노혁씨는 스스로 딸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늘었다고 말했다. 30여년의 세월은 점점 더 희망을 흐려지게 만들었다. 다만 노혁씨가 창순씨 스스로가 자신에게 본래 부모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를 찾기 위해 나서주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는 무작정 돌아다니는 방법뿐이다. 반면 실종 당사자의 경우 부모들이 전부 DNA 정보를 등록해두었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부모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실종자들의 경우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거나, 양부모 손에 자라면서 친부모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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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혁씨는 "아마 (명순이) 다른 부모에게 길러졌을 것"이라면서 "성도 바꾸고 이름도 바꾸고 살았을 텐데 자신이 뭔가 자기 친부모가 아닌 것을 알고 찾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읽고 본인이 명창순씨라고 생각이 드시거나 창순씨의 행방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국번 없이 '112' 혹은 '182'로 신고해 주세요. 가족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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