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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페미 : 페미영화가 아니라고?

작성자 김성숙1
작성일 19-04-02 00:13 | 조회 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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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이 개봉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배우가 스스로 어그로를 끌어대고
불매 운동 해야되는거 아니냐는 여론이 난리를 쳐서인지
'페미영화라기 보단 마블 영화였다.' 라는 글이 
온갖 커뮤니티와 영화평에 지령처럼 적혀 내려오더군요.

하지만 감상해본 결과 배우가 어그로 끈 만큼이나 철저한 페미영화가 맞습니다.

1. 구도

이 영화의 구도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여성은 할수 없다고 외치는 세상 vs 여자(캡틴 마블과 친구, 박사)
남성(멍청함, 약함, 남성에 복종하는 여성, 늙은 세대의 여성) vs 여자 (캡틴 마블과 친구, 박사)

인물이 바뀌고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장면만 바뀔뿐이지
결국 이 캡틴 마블이란 영화는 
저 구도를 깨부수고 타파하며 아둔한 세상(남자)을 비웃는것으로
주제의식에 다다르기 위한 철저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덤으로 어벤져스4의 다음 이야기 떡밥정도를 던져주기는 합니다.

'걸스 캔 두 애니띵!'
'내가 너(세상, 남성)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는 없어!'


2. 연출 방식

페미를 내새운 영화들의 노골적인 연출방식은 캡틴 페미에서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가르치려드는 남자, 군림하는 남자, 멍청한 남자, 무책임한 남자, 약한 남자를 계속 등장시키며 
심지어 이 영화에 약자로 나오거나 당하는 여자 케릭터는 남자의 편에 속한 크리종족 여전사 단 1명으로
전체적으로 부정적이거나 당하는 입장의 케릭터는 모두가 남자입니다.

모든 장면에서 캡틴 마블이 남자를 대할때에는 건성으로, 쿨하게, 무례하게, 유머를 빙자한 싹퉁머리를 보여주지만
여자를 대하는 장면에서는 존중, 조심스러움, 사랑의 언어와 표정, 행동을 아끼지 않습니다.
단, 후반부 자신을 억압하고 능력을 제한하는 세상(구 여성상)을 대변하는 AI여성을 깨부수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죠.

장면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중간 중간 나오는 스토리 진행과 유머장면의 대화내용 조차도
닉 퓨리의 아둔함, 멍청함, 외계 종속의 어리버리함, 멍청함이 주를 이룹니다.

이러한 영화들이 늘 그렇듯이 남성이나 기존 스토리를 까내리고 파괴하는 방법으로
주인공 혹은 여성케릭터를 잘나보이게 하는것에 중점을 둡니다.

그 희생양으로 왜 닉 퓨리가 이리도 철저히 망가져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치 스타워즈에서 '기존의 클리셰를 다 부수겠어!!' 하며 와장창 집구석 박살냈던 것처럼
닉퓨리가 보여줬던 기존의 캐릭터와 카리스마는 개나 줘버리고 한쪽 눈의 실명도... 하....
우주 고양이한테 귀엽다고 엉켜 붙다가 잃는다고?

더군다나 이미 지난 마블 작품들에서 '쉴드'라는 단체의 능력과 역사는 충분히 입증 되었는데
그 어떠한 뛰어난 툴이나 첩보능력, 전투능력도 영화에 단 하나 등장하지를 못하고
어리버리 아둥바둥 스카치 테잎으로 지문뜨다 쿠사리나 먹는 닉퓨리의 모습은 아...


3. 82년생 김지영같은 캡틴 마블의 인생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설정으로 캡틴 마블의 인생은 자연스럽게
82년생 김지영같은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자라고 위험한건 못하게하는 아빠의 모습(엄마는 안나옴)
여자는 파일럿이 되지 못한다고 하는 세상까지(남성 목소리와 남성 군인들)
몇가지 설정된 과거의 기억들 모두가 남자와 세상이 캡틴 마블을 괴롭히기만 합니다.
온통 괴롭히는 사람밖에 없는데 어떻게 성장했고 먹고 살았는지 신기할 지경입니다.

'흑인' '여성' 친구와 함께 이 모든것을 이겨내고 파일럿이 되었다는 구도까지
PC적인 퍼즐을 완성시키기 위해 구성된 완벽한 페미니스트의 배경 스토리가 아닐수 없습니다.


4. '감정'은 여성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영화 내내 감정적인 것이 단점이며 감정을 컨트롤 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캡틴 마블.
이는 흔히 여성의 약점으로 감정적인것을 꼽는 시선에 대한 설정으로 보여지며
영화 후반부에는 결국 이러한 강제를 벗어 던지고 진정한 나로 거듭난다는 연출과 대사를 통해
감정적인 것은 단점이 아니라 여성의 강점이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5. 기타 설정 요소들

- 스텐리의 추모를 아주 예의바르게 했던 브리라슨임을 잘 알고 있기에
   해당 논란을 잠재우기 위함인지 과거 어떤 영화보다 직접적으로 주인공과 반응하는 스텐리...
   그리고 바라보며 너무 밝게 웃는 브리라슨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토악질이 나올것 같았습니다.

- 지하철씬에서 할머니로 변한 외계인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할머니를 때리는 장면이나
  할머니가 붕붕 날아다니며 싸우는 모습 그 자체의 쇼킹함과 신선함으로 볼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가 페미영화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구 세대 여성을 응징하는 신세대 여성의 모습 같았습니다.

- 이어서 남성(억압 세력)에게 명령받고 움직이는 여전사는 정확히 지금 페미가 '흉자'라 부르는 포지션으로
  주인공과는 다르게 감정 없이 움직이며 당연히 주인공(페미, 신 여성)과 대적하며
  '나는 네가 처음부터 싫었다.'는 노골적인 대사까지 합니다. 그러나 결국 남성의 명령으로 주인공 무리와 싸우고
  그저 한 인간일 뿐인 '흑인' '여성' 친구에 의해서 격추 당해 죽음으로써 응징당합니다.

- 흑인 여성 친구의 어린 딸은(미래의 페미 여전사) 보통의 아이들이 엄마가 우주로 나간다고 하면 울겠지만
  딸때문에 우주로 나가 싸우기 어렵다는 엄마를 오히려 다그치며 모범을 보이라고 나가 싸우라고 합니다.
  사실 페미를 찬성하던 반대하던 저는 미디어에서 항상 여자는 울고 안타까워하고 못싸우겠다고 하는게 싫어서
  여성이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싸움에 임하는 장면을 원했지만 아이가 엄마한테 목숨걸고 나가 싸우라고하는건
  살짝 좀 오버스럽지 않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와 딸은 있는데 아빠의 모습은 없습니다.

- 전쟁으로 인해 피해받는 외계 종족이란 설정이지만 결국 그 대변인으로 화면에 주로 등장하는 것은
  외계인 여성인 엄마와 딸입니다. 폭력적인 남성들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여성과 아이의 전형적인 구도입니다.
  남자는 그냥 폭력의 도구이거나 희생양이며 그에는 어떠한 감정적 갈등도 고통도 잘 연출되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좀더 다룰수 있는 내용들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든, 작은 대사나 장면에서 보든 이 영화는 매우 노골적으로 페미니스트 영화입니다.
개봉 전부터 브리라슨이 입을 털던 이유가 다분히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자체만으로는 평작 이하인것 같습니다.

스토리야 전혀 복잡할게 없이 단순하며 다른 마블 단독 영화들과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편집과 연출력에 있어서는 토르3, 앤트맨&와스프, 스파이더맨 홈커밍 등과 비교했을때 
DC망작 영화들에 가까운 매끄럽지 않고 분절된 느낌이 드는 편집력
행성을 오가는 장면과 우주를 포함하는 배경에 비해 엑션 스케일 대부분은 매우 좁으며 
CG의 완성도나 미려함을 떠나 눈을 사로잡는 장면의 비중 자체가 창렬스럽습니다.
악평들도 매우 많았지만 CG와 액션신의 혜자스러움으로 흥행 성공한 아쿠아맨과 비교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었습니다.

브리라슨은 사각 턱과 표독스러운 표정 하나 말고는 강한 영웅에 어울리는 비쥬얼은 절대 아니었고 
액션 씬 대부분이 대역임에도 중간 중간 본인이 소화하는 짧은 장면들조차 별로입니다.
특히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목소리마저도 배역에 정말 어울리지 않아 별로였고
다음부터는 본인이 뭐라도 좀 해내면서 입을 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워즈 레이 역의 데이지 리들리를 재 평가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구도와 연출기법, 장치들이 온통 페미에 대한 것들이라
가뜩이나 이런것들에 대해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 당하고 간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의식 하지 않고 보려고 해도 움찔 움찔 댈수밖에 없었고
시나리오 전체의 시간도 매우 짧은 기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대 개인으로 공감할수 없는 '여성'으로서의 무언가를 자꾸 강요하는 장면들 때문에
캡틴 마블 드럽게 쌔게 나온다는 것 말고는 캐릭터에 무엇을 공감하고 호감을 느껴야 하는지
조금 많이 당혹스러울 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자들이 우락 부락한 남자들이 나와서
남자들 특유의 허세와 대의를 울부짖는 영화를 볼때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긴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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