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남의 일에 관여말고 썩꺼져라!" 이수련은 분연히 나서서 대꾸했다. 아까의 경험때문에 선뜻 손대지 못하고 머리을 굴려본다. "사부님 나오셨습니까!" 노인은 제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루한 중년인를 날카롭게 훑어보며 다가섰다.

두 사람도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이수련의 기분을 풀어주려 익살스런 얘기도 했으나 그녀의 기분은 풀수가 없었다. 박운랑,그녀는 망연자실하여 멍하니 어둠속을 응시하다가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순간 마추호는 신형을 날려 사문의 절기인 무영장을 펼쳐내었다. 황궁에서 황태자 교체론이 일면서 급기야 황태자가 바뀌어 그나마 일자리에서 쫓겨나 집으로 내려와 온 집안사람들의 눈총속에 백수노릇하며 빈둥거리는데 하루는 황태자궁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찿아와 좋은일이 있으니 같이 하자며 권해 따라 나섰다.

"해외 사마무리들이 쓰는 '녹사혈독'인 듯하오." "그럼 그들이......" 박운랑은 몸을 가볍게 떨었다. 흑의인은 황급히 물러났으나 가슴에 길게 혈흔이 솟아나며 쓰러졌다.

삽시간에 수십명에 달하는 도적떼를 제압하고 전건의 부모가 잡혀있는 곳으로 다가 서자 별안가 천둥처럼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두 사람이 있었다. 자연으로 만들어진 동굴이라 가공의 흔적을 전혀 찿을 수 없었다.

"음!내상과 외상을 심하게 입었군." 빠르게 손을 놀려 중년인의 혈을 눌러 출혈을 막아놓고 품속에서 약제를 꺼내어 곳 곳에 뿌려주고는 망연히 서 있는 제자들을 불러 지시했다.

마추호는 내력을 돌리다가 저으이 놀랐다. "앗!" 외마디 비명과 동시에 그는 동굴 밑으로 떨어졌다. 중년인은 낮은 신음성을 내며 눈을 떴다. 반 나절 남짓 걷자 관아가 보였다.

이수련은 가엾은 마음에 쓰러진 자에게 다가서 허리를 굽이고 살펴보았다. 남아 있던 무림인들이 분기탱천해 한꺼번에 달려 들자 "흥" 가볍게 코웃음 친 뒤 신형을 일장 가량 솟구쳐 부채을 펼쳐 후려치며 아래로 떨어 져 내렸다.

두 검세가 부딪치자 큰소리가 나며 무수한 먼지가 검풍에 말려 올라갔다. "전공자!그럼 부모님이 아직도 갇혀 계시는거요?" 전건은 말을 하는 중간에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분노와 슬픔이 눈가에 눈물되어 그렁그렁한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비탄에 잠긴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 놈의 수법은 독문암기 수법으로 독랄하기 이를데 없어 오십년전 이미 실전된것 으로 아는데 어찌하여 저놈이......' 홍의소녀는 신속히 장을 들어 자신의 머리위에 장막을 치며 검을 뽑아내어 허공에 무수한 검화를 그려내어 중년인의 하반신을 베어갔다.

이자는 단검을 쓰는 듯 두 자루의 단검을 손에 쥐고 날렵하게 네 사람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 두 사람은 순식간에 혈도가 짚혀 땅바닥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으엑!" 한 모금의 선혈을 내뱉고 나자 전건의 혈색이 밝아져왔다.

미구여가 부리나케 달려들어 산적두목의 머리를 쥐어박자 그는 할 수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걷기 시작했다. 상선천은 침묵 깨며 짧은 소리를 내며 중년의 가슴을 쾌속히 길게 베었다.

그가 몇 번 모르고 일을 했다가 나중에 알아내고는 그 일에서 빠져나오려하자 그들의 무리는 전건의 부모를 잡아다가 볼모로 삼고 계속해서 도적질을 시켰다. 장석인은 두손을 들어 진기을 모으며 자신의 문파의 절기인 태웅장(態熊掌)을 펼쳐 동굴벽을 내리쳤다.

"전 이 은한냥을 걸겠어요.마사형은 사형이 아끼던 옥돌을 거시는게 어때요?" 마추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잔잔히 미소하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아!옥녀....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소.' 그의 뇌리에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한 인형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이 묻어 있을까요?" 마추호는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는 이수련을 손짓으로 불렀다. "귀하는 말을 삼가라.어서 온 용건이나 말하라." 중년인은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몸을 날려 홍의소녀에게 달려들었다.

나머지 둘 중하나는 사십세가량에 얼굴이 검무튀튀하여 음산함이 흘렀고 다른 하나는 오십가량의 나이에 세모꼴로 생긴 아주 웃음을 자아내는 인상을 지녔다. 홍의여인은 가볍게 다리을 차올려 장검을 튕겨 내고 흑의인의 기해혈을 찔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