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인의 장법에 격중되는 순간 동굴문이 무너지며 이변이 생겼다. 그 뒤를 이어 남아 싸우던 흑의인들도 황급히 사라졌다. "소생이 두 분대협께 구명의 은혜를 입었으니 어떻게 감사해야 할런지요?" 마추호는 쑥스런 얼굴이 되더니 전건을 잡아일으키며 다정하게 말했다.

반 나절 남짓 걷자 관아가 보였다. "아!옥녀......!" 이수련은 마추호가 무의식 중에 손을 뻗어내자 대강 짐작하고는 얼굴이 샐죽해지며 앵토라진 음성으로 말했다. "마사형!정신차려요.그 옥돌 걸거예요.아니예요." 마추호는 상념에서 벗어나며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장석인은 밝은 음성으로 "이 동굴의 입구가 될 만 한 곳을 찿았소." 말하며 박수련을 올려다 보았다. 갑자기 천정이 아닌 동굴 바닥이 서서히 열리며 그리 밝지는 않지만 빛이 스며 들자 박운랑은 눈이 부셔 한 동안 눈을 감아야 했다.

기관 장치와 연결되어 있는지 등뒤 바닥에서 석벽이 빠른 속도로 올라와 두 사람사이를 갈라놓았다. "세 분의협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세 사람은 쑥스러워하면서 전건의 부모님을 얼른 일으켜 세웠다.

이윽고 큼직한 산채가 있었고 그 주위엔 통나무로 만든 방책이 둘러 쳐져 있었으며 그 위에 두 명이 서서 경계를 했다. 네 사람은 나무뒤에 몸을 숨기고 눈짓으로 서로의 행동할 것을 주고 받았다.

장석인은 미모의 소녀가 한동안 자신을 바라보자 무안하고 부끄러운지 짐짓 "험" 헛기침 하더니 "박소저 출구를 찿아 보았소?" 말하며 동굴안을 훍어 보았다. 그는 이어 중년인의 안면을 향해 뻗는 딸의 장력을 흡수하며 노기띤 음성으로 말했다.

"음!죽은지 백년은 됨직하오.왜 여기서 죽었을까?" 낮게 중얼거리며 박운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수련 그녀는 고집이 황소고집에다가,상선천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여 자란 때문에 말광량이에다가 버릇 또한 없었다.

"뭐야!" 그리고 이수련은 미구여의 안면을 강타했다. "넌 죽어야한다.날 고문한다해도 알아내긴 어려울거다." 상선천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잠시 손을 놀렸다. 홍의인 둘과 흑의인 다섯이 서로 어울려 싸우고 있었다.

갑자기 허탈감과 공포가 스멀스멀 그녀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반 시각이 지났을까,박운랑은 돌연 신형을 솟구쳐 올라 동굴천장을 더듬어 나갔다. '이런 일반인이잖아.' 마추호가 모르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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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약이 전건의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그의 몸속에 있던 독들이 서서히 몰려나와 입안에 피와 함께 섞여 맴돌자 그가 한 덩어리의 선혈을 내뱉었다. 황제가 자리를 비운사이에 온나라 백성들은 전비(戰費)를 조달하느라 허리가 휘었고, 기회를 놓칠세라 일부 관리와 토호들이 백성들을 수탈하여 자신들의 시커먼 배만 그득채우는 바람에 민심이 날로 흉흉해져갔다. 그러자 각 처에서 수구세력의 준동과 도적이 들끓어 세상이 마치 안개속을 헤메는 형국이 되어갔다.

"실력도 없이 우리문파를 깔보다니" 일추검법은 도화문의 이대절기로 당금 무림에서 사대고수와 그의 수제자외에는 적수가 없다고 알려져있으니 남추가 도망치 듯 사라진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세 사람은 눈길을 돌려 싸우는 곳을 보았다.

달려든 상선천은 급히 검을 뽑아 자신의 절기인 경파석(驚破石)이란 검초식을 펼쳐내 어 중년인의 검세와 맞서나갔다. 멀리 보이는 숲에서 인형들이 몸을 날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중년인은 허공에서 장검을 뽑아 소녀의 사방일장에 수천개의 검살을 쏘아내며 홍의소녀에게 지쳐들었다.

이윽고 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것을 보는 순간,두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위를 관찰하며 조심스레 앞으로 나가던 장석인은 깜짝 놀랐다. 그러자 겨우 관아를 향해 걸어들어가며 징징 우는 소리들을 해댔다.

"이 친구는 시원한 곳에 데려다 눕혀놓고 잘 감시하도록하고 넌 나머지 사람들과 부상입은 사람들을 돌보도록해라." 그의 지시에 따라 제자들은 신속하게 몸을 움직였다. 이수련은 신형을 솟구쳐 오른 다음 오른손으로 검을 꺼꾸로 들어 회전시키며 중년인의 등판을 향해 찔러대며 떨어져내렸다.

현령은 우뢰같은 음성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들이 우리 가문에 도전을 하다니 언제가는 네놈들의 수급이 사라질 날이 올거 다......" 마추호는 멀어져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은근히 걱정하기 시작했다.

'저 놈의 수법은 독문암기 수법으로 독랄하기 이를데 없어 오십년전 이미 실전된것 으로 아는데 어찌하여 저놈이......' 홍의소녀는 신속히 장을 들어 자신의 머리위에 장막을 치며 검을 뽑아내어 허공에 무수한 검화를 그려내어 중년인의 하반신을 베어갔다.

"자요." 마추호는 조심스럽게 옥함을 열자 전신을 상쾌하게 하는 약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박운랑도 장석인곁으로 다가가 살펴보았다. 이장높이의 천장을 오랫동안 공중에 떠 있기엔 공력이 약했다.

"사형!이 사람은 아까 저자거리에서 보았던 전건이라는 사람이예요." 그녀의 놀란 음성에 두 사람은 급히 다가와 살펴보았다. 이 괴기한 산에서 그 것도 함정인듯한 이 석실에서....도저히 있을 것같지 않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전건의 입가에서 선혈이 흘러내려있을 뿐 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으악!......" 상선천은 검을 거두어 들이고는 천천히 쓰러져가는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응!그건......" 이수련은 코웃음치며 미구여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헉!음!" 이들과 두어장 거리에 서있던 홍의소녀는 중년인의 배후를 노리고 무수한 검화를 그려내며 달려들었다. 한참을 올랐을까. 그와는 십여장 거리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없는 동굴이 보였다.

흑의인은 황급히 물러났으나 가슴에 길게 혈흔이 솟아나며 쓰러졌다. "오!살아났군!" 마추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건의 명문혈에 손을 대고는 자신의 진기를 주입 하기 시작했다.

"상선천 어른께!문안드리오." 상선천은 중년인의 기도가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재빨리 염두를 굴렸다. "오라버니!" 석벽이 얼마나 견고하고 단단한지 아무리 일신에 지닌 절기를 펼쳐내어도 석벽에는 흠집하나 나지않았다. 한참을 석벽과 씨름하다가,지쳐 바닥에 주저 앉았다.

장석인은 가볍게 미소하더니 "아무렴 어떻소" 즐거운 듯한 음성으로 답했다. 장석인앞으로 다가서더니 유심히 그를 뜯어 보았다. 다시 이십여초가 교환되고 갑자기 남의인들 중 한 사람이 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두 검세가 부딪치자 큰소리가 나며 무수한 먼지가 검풍에 말려 올라갔다. 이수련의 냉랭히 코웃음치며 신형을 움직여 가볍게 피한 후 재빨리 검을 뽑아 공격한 자의 수급을 베어나갔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노인의 신형이 땅에 쳐 박혔다. "어린 계집아이가 어찌 어르신네의 일에 간섭하려 하느냐?어서 물러서지 못 할까." 이수련은 지지않고 음성을 높여 말했다.

얼마나 떨어져 내렸을까,먼저 떨어진 야명주가 바닥에 다아 빛을 발하니 음침한 바닥과 동굴벽 드러났다. 저녁해가 뉘엿 뉘엿 지자 가까이 있는 객잔에 들었다. "호오!으라랏차차!" 상선천은 중년인의 수법을 자세히 보고는 내심 놀랐다.

이수련은 호기심에 그들곁으로 다가가 구경했다. "정말 이러기요?" 오십줄의 남의인은 주위에 서있던 남의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그들이 병기를 꺼내어 당황하며 달려드는 도적떼들을 혈도만 짚어 쓰러트렸다.

일단의 무림인들은 저으기 놀라며 "너는 어느 문파에 있길래 어린나이에 그렇게 고절한 절기을 익혔느냐?" 중년인이 나서며 묻는다. "너의 효심엔 나도 감복하는바이다.엄연히 저들과 어울렸으니 그 죄를 받아야 마땅하나 법에도 인정은 있는 법,내 너의 부모님에 대한 효심을 보아 널리 용서하마. 그리고 이것을 받거라.이놈들을 잡는 자에게 내리려던 상금이니 부모님을 잘 봉양 토록하라." 전건은 현령의 말에 수 없이 감사해하며 한 사코 상금을 받기를 거절했다.

박운랑은 고운 안색을 찌푸리며 "어떤 독수에 당한 것 같아요." 약간 두려움에 찬 음성으로 대꾸했다. 그리고 낙서를 조심스럽게 더듬어 나갔다. "주혼귀(姝魂鬼),대체 그무공은 어디서 배웠느냐?" 흑의 노인은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며 묻었다.

노소가 정원을 지나 대문에 이르자 십여명의 제자들이 남루한 차림의 중년인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정말 고맙소이다.내 저놈들을 잡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오." "이놈들아!너희 죄는 익히 알렸다." 산적들은 일제히 우는 소리로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었다.

막 저자거리를 빠져나오려 하자 한 떼의 사람들이 남루한 소년을 에워싸고 시비를 벌이고 있었다. 묘령의 소녀는 의심이 풀렸는지 진기를 거두며 빙긋 웃었다. "저는 하무문 출사존 여광의 제자 박운랑이예요." 낭랑한 음성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