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상에도 학부모 민원 빗발… 점심·쉬는시간 못 나가게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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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은 점심때마다 텅 비어 있다. 이 학교는 지난 4월부터 점심 시간 운동장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는 "고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 다른 학년들은 운동장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장은 체육 시간에 쓰도록 하자"고 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사고 예방 때문이다. 학생들이 점심 시간 운동장에서 놀다가 다치는 사건으로 학부모 항의가 이어지자 교장이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한 교사는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어하는데, 학부모들의 항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학교의 체육 시간은 평균 주당 3시간이다.
점심 시간처럼 쉬는 시간 운동장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세 먼지, 학습 분위기 유지 같은 이유도 있지만 운동 중 부상이나 외부인 침입 같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운동장을 못 쓰도록 유도한다. 외국에 비해 체육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교실에만 묶어 놓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쉬는 시간 운동장 사용 여부는 교육청의 방침을 참고해 대개 학교 교장이 결정한다. 지난 4월에는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이 발생하자 '교내 모든 분야에서 안전 단속을 강화하라'는 교육청 지침이 일선 학교로 전달됐다. 한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나거나 미세 먼지 경보 등이 내려질 때면 운동장 이용을 자제시키는 데 이런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진 탓도 있다.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가 다쳤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거나 교사를 고소한 경우도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 안 다치게 교실에서 수업이나 잘해달라'며 선생님을 보모로 여기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체육 시간에 학생이 넘어져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했다. 고소는 취하됐지만 A씨는 그 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밖에서 뛰놀지 못하게 말린다. A씨는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해도 학교와 교육청이 책임져 주지 않으니 스스로 살 길을 찾는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교사들이 학부모나 학생과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늘면서 교사에게 변호사비를 지원해 주는 보험까지 나와 가입자가 느는 추세다.
안전 교육을 의무화해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가기 어렵게 한 학교도 있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중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교내에서 체육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로부터 5분간 사전 안전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한모(15)군은 "운동장에서 놀다가 다치면 안전 교육 담당 교사의 잘못이 되기 때문에 다른 교사를 찾아보라며 거절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의 한 초등학교는 점심 시간에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해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가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는 점심 시간마다 학년별로 돌아가며 운동장을 쓰게 한다. 지난해에는 아예 사용을 금지했지만 "점심 시간에 아이들을 뛰어놀 수 있게 해달라"는 학부모 항의가 이어져 이용자 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운동장을 쓰게 하면 아이들이 다쳐 민원이 들어오고, 못 쓰게 하면 학생을 교실에만 두느냐고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국은 학교 체육 시간이 외국에 비해 짧은 편이다. 지난 8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초등학교의 전체 교육 시간 대비 체육 수업 비율은 7%로 프랑스(13%)나 독일(11%), 일본(10%)보다 낮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로서는 학생 안전이 우선이다 보니 과도한 방침을 내린 사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도 "(해당 학교가) 운동장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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