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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나간 판사님

작성자 김성숙1
작성일 18-06-24 22:11 | 조회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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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추행에 관한 사회적 가치기준의 변화에 관하여 보건대, 전통적인 한국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들은 소위 남아선호의 사상에 기초한 남성우월주의의 이념과 가부장적 지배이념의 영향을 받아, 피해자 본인 및 피해자 부모의 암묵적인 동의, 가해자의 선의를 전제로 하여 어린 남자아이의 성기노출 또는 성년 남자의 어린 남자아이에 대한 성기접촉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평가하고, 이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대적 가치관의 도입, 특히 남녀평등주의 이념의 보급 및 확산은 모든 인간은 성별, 나이의 구별 없이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 및 그 존엄성을 보호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여성과 연소자도 더 이상 남성들의 보호의 대상 내지 객체로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권리의 주체로서의 측면이 더욱 부각되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변화하고 사회공동체 구성원리가 가정, 친족집단, 지역사회와 같은 1차 집단 위주에서 학교, 직장과 같은 2차 집단 위주로 변경됨에 따라,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전에 1차 집단 내에서 성년 남자의 어린 남자아이에 대한 성기접촉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거의 규범의식에도 변화가 있게 되었고, 전통적인 관념에서 성범죄의 피해자는  여자 에 한한다는 관점에서 남자 역시 성범죄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되었으며, 남성과 남성사이, 즉 동성 간에 있어서도 학교 또는 직장 내에서 나이 또는 직급의 차이라고 하는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배경으로 하여 추행이 행해질 수 있음이 널리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현실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여 여전히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관대한 판단을 반복하거나 이를 규범외적인 문제로 치부하여왔다.

2)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심화, 성문화의 무분별한 개방, 유입은 우리 사회 내에서 자유로운 성적 교류의 증가 및 성적 가치기준의 퇴락을 가져와 성의 상품화, 성의 탈규범화가 일상화되었고, 그러한 경향은 미성년자에게 조차 급속한 속도로 확산되어감에 따라 미성년자를 성적 가치기준의 혼돈 및 여러 가지 성적 침해의 시도와 유혹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은 이전에 비해 훨씬 증대되었다.

3) 따라서 미성년자에 대한 어떠한 성적 접촉행위가 추행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은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 위와 같은 성적 가치관 및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 미성년자를 각종 성적 유해요소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증대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전에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단지 가해자의 시각에 따라 관행적으로 추행이 아니라고 평가되던 행위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출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8. 30. 선고 2005노2022 판결: 상고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 > 종합법률정보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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