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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팀추월 사태에 대한 기사입니다. [기사]

작성자 김성숙1
작성일 18-11-16 12:18 | 조회 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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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 사태는 한국의 오늘을 비추는 거울
[기자의 눈] 빙상연맹은 이제 기로에 섰다

노선영(29, 콜핑팀)과 SBS의 20일 인터뷰 내용과 그간 다른 언론 보도로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논란의 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총감독과 김보름(25, 강원도청)의 기자회견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팀의 내분은 오래됐다. 팀은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기대해볼 법한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종용했다. 지난 달 25일 노선영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를 미리 정해놓은 느낌이 든다"며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다. 그런데 모두가 쉬쉬한다"고 말했다. 반발한 선수는 팀과 충돌했다. 팀은 희생을 종용한 선수를 사실상 밀어냈다. 내분은 경기 결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팀추월은 내부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부터는 오랜 기간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어떤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추론이 들어설 차례다. 팀이 이처럼 와해된 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올림픽 준비 방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금 파벌 논란이 정면으로 대두될 정도로 빙상연맹은 그간 내부적으로 분류한 메달 유력자와 나머지 선수를 차별 대우했다. 그로 인해 오랜 기간 여러 종목의 (메달 획득이 어려우리라 판단된) 선수들이 차별대우를 받았다. 상당수 선수들은 특정 선수의 메달 획득을 돕기 위해 사실상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강요받았다. 

이는 빙상연맹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내용이다. 파벌 논란의 핵심에 다시금 올라선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 개별 훈련 특혜 논란 등에 관해 "맞춤식 개인 훈련을 받은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1등을 했다. 그럼 훈련이 잘 됐다는 소리"라며 "크게 보면 특정 선수가 다른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니까 맞춤 훈련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 차별대우는 빙상연맹의 공식적인 훈련 방식이었다. 

당연히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훈련 환경이 좋은 한체대에서 개별훈련을 받은 선수는 이를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노선영의 인터뷰에 곧바로 불편함을 드러낸 이승훈의 인터뷰가 이를 입증한다. 이승훈은 김보람과 함께 전 부회장 주도 아래 한체대 개별 훈련을 받은 선수로 꼽힌다. 이승훈은 노선영의 인터뷰 직후인 지난 달 26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특혜가 아니"라며 "빙상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주자였던 이승훈으로서는 다른 선수들의 불만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을 법하다. 원래 한국 빙상계의 올림픽 준비가 그랬으니까.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었을 때, 수혜자는 이에 문제를 느낄 이유가 없다(따라서 김보름이 과연 시청자만큼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여겼을지는 의문이 든다. 김보름은 노선영의 문제 의식을 단순한 열등감 정도로만 이해했을 수도 있으리라. 물론 추측이다.)

이제 미래를 상상해 볼 때다. 내부 문제를 고발한 노선영은 올림픽이 끝나고 국민의 관심이 식은 후, 사실상 빙상계에서 축출될 것이다. 빙상계는 파벌 논란이 일어난 후 일부 선수나 임원, 코칭스태프를 축출하는 선에서 문제를 봉합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메달 기대주를 선별해 그들을 중심으로 한 코칭 체계를 다질 것이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현재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체계로 길러진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모습에 웃고,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의 모습에 마음 아파할 것이다. 다시 내부 고발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런 모습은 반복될 것이다. 

일등에 올인하는 건 스피드스케이팅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전 부회장이 감독일 당시 신화를 쓰고, 한국 동계올림픽사에 큰 획을 그은 종목인 쇼트트랙이 그랬다. 전 회장의 페이스 메이커 전략, 다시 말해 일등 밀어주기 전략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해 한국이 동계스포츠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끔 한 종목이 쇼트트랙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우리가 그토록 화를 내는 빙상계의 이른바 '적폐'가 그간 우리가 4년 마다 열광하게 만든 쇼트트랙 신화의 주춧돌이었다. 전 부회장의 전략은 지금 선수들의 반발이 터지기 전까지는 분명 쇼트트랙의 혁신이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강자를 위한 희생에 지친 선수들이 서서히 불만을 드러냈다. 학부모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이 불만이 파벌 논란으로 터졌다. 그러나, 빙상연맹은 여태 실적으로 입증한 기존 방법을 수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발하는 선수들을 갑질로 찍어 눌렀다. 체제는 공고했고, 이 체제에 반발하는 이는 축출 대상일 뿐이었다. 우리는 안현수가 떨어져나간 일을 기억한다. 최근 올림픽 올림픽 '갑질 논란'으로 다시금 도마에 오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수영연맹회장 시절 박태환을 비난하던 때도 기억한다. 팀추월 사태는 이제 한국 스포츠가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함을 다시금 입증한 사례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전명규 부회장의 훈련 방식은 오랜 기간 빙상계에서 논란이 됐다"며 "한국이 지금도 그 같은 방식으로 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림픽과 같은 국가 스포츠 행사는 결국 그 나라 스포츠 시스템을 반영한다. 한국의 스포츠 기반은 결코 탄탄하지 않다. 우리는 학원에서 일찌감치 입시 학생과 엘리트 스포츠 학생이 철저히 분류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엘리트 선수들은 철저히 전략적으로 준비된 체제에 들어가, 오직 메달을 목표로 준비되는 시스템에 길들여진다. 이 시스템은 올림픽 정신 따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메달, 엄밀히 말해 금메달만이 유일한 목표다. 상급 단체가 금메달을 원하니, 선수들은 오직 금메달을 목표로 모든 걸 희생해야 한다. 여기서 빛나는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그야말로 살벌한 경쟁이다. 

스포츠 시스템은 결국 국가 철학과 국가 체제를 반영한다. 한국 사회는 원래 이랬다. 우리는 이미 신물 날 정도로 들어온 한국의 압축성장사를 기억한다. 한국은 일부 대기업에 국가 자원을 올인하는 전략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우리는 과거 국가 단위의 수출 목표를 정해둔 시절을 견뎌냈다. 그 과정에서 이 체제에 거역하는 자는 모두 축출됐다. 노동자, 농민, 여성이 줄줄이 떨어져나갔다. 중소기업 사장과 자영업자의 비명은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대기업 몰아주기로 쉽게 합리화됐다.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자가 바보 취급을 받고 밀려났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자는 모두 엘리트를 위한 페이스 메이커로 전락했다. 그렇게 우리는 전략적으로 키운 일부 '종목'에서 일부 '스타' 대기업을 일궈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한국이다. 곳곳에서 밀려난 노선영들이 내는 비명이 사방을 메우고 있다. 일찌감치 각자의 자리에서 금메달 경쟁에 들어선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취업문을 뚫지 못한 청년이 비명을 지르고, 결혼을 포기한 청춘이 한숨을 쉰다. 용도 폐기당한 퇴직자와 노인이 벼랑 끝으로 몰려도 더는 체제가 신경쓰지 않는 사회가 됐다. 

빙상연맹은 이제 기존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할 것인지, 기존 익숙한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섰다. 여태까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연맹은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같다. 팀추월 사태는 한국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촛불 정국을 거치며 탈락한 자들의 비명을 생생히 들었다. 계속 과거의 길을 고수할 것인지, 획기적 변화의 길을 걸을 것인지를 강요받는 기로에 섰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 결과는 큰 논란을 낳았다. 한국의 김보름(앞줄 왼쪽부터),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살피고 있는 중이지만, 노선영은 결승선에서 한참 떨어진 상태다. ⓒ연합뉴스


출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6725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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