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소녀는 이내 두리번거리기를 멈추고 잠시 미간을 구기더니 넓은 회의장을 재빠르게 가로질러 걸어가 상석옆에 이르자 벽을 두둘기자 듣기에도 시원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골똘이 생각하다가 여기저기 조사하기로 하고 조심스럽게 야명주를 비추어 사면을 살폈다.

"그들의 수법이 악랄하기 이를데 없고,또 이 녹사혈독에는 아무도 당할 자가 없었지요.그러던 어느날 우이산에 기거하던 만경선인 이혁주이란 분이 그들을 이 우이산으로 유인해 처절한 혈투을 벌였다고 해요.그 당시 이혈투를 구경하던 많은 고수들이 자흑선 이기가 뿌려대던 이독에 중독되어 죽었다고 하고 만경선인도 그 독에 중독되어 해약을 만들다,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지죠." 이야기가 끝나자 박운랑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를 멈추어라!이런!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왔다면 이쯤에서 돌아가라." 중년인은 대답대신 능물거리며 이죽대었다. "상선천 어른께!문안드리오." 상선천은 중년인의 기도가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재빨리 염두를 굴렸다.

"으흐흑!이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그들은 한 동안 부둥켜 안고 통곡을 하더니 일어서서 세 사람에게 허리를 땅에 코가 닿도록 숙이며 감사해했다. "우,악" 공격하던 무림인들이 모두 당황해 뿔뿔히 흩어지며 "이놈 어디두고 보자." 하며 달아났다.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결심한 듯 동굴안으로 들어섰다. 소녀의 얼굴은 초승달같은 아미에 호수처럼 시원하고 아름다운 눈동자아래 곧게 뻗어 내린 옥을 깍아놓은 듯한 코가 자리 잡았으며 조그만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그 사이로 얼핏 하얀 치열이 보였다.

그러나 내가 아는 최고의 사례는 바로 몇 년 전 싱가포르의 한 은행에 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다. 싱가포르의 어느 지방은행 고객들이 특별 한 이유 없이 은행으로 몰려들어 광적으로 예금을 인출한 사건이다. 건 실한 지방은행이 느닷없이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이유는 한동안 미스 터리였다. 그러나 한참 후에 조사단이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던 중 드디 이유가 밝혀졌다. 바로 갑작스러운 버스 파업 사태로 그 은행 앞 스정류장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 원인이었다. 은행 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부실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은 객으로 착각한 행인들이 패닉에 빠져 너도나도 예금을 인출하려고 고, 그 광경을 본 다른 행인들이 합세하면서 걷잡을 수 어그 작했 을 앞 행 없는 사태로 치달았던 것이다.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레 산을 면하려고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News" 1988) 이런 일화들을 살펴보면 사회적 증거에 반응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첫째..많은사.람들이 똑같이-행동하는모습을보면 그 사 람들은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을거라고가정한다. 특히 불확실 한 상황일 때는 군중의 집단적 지혜를 무한 신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둘째, 그러나군중은 믿을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증거의 원칙에 반응해 행동하기 때문에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사은며하려고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동 항법 장치도 사회적 증거 와 마찬가지 로 결코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 악의 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지 않아도, 이따금 저 혼자 고장이 나서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 따라서 자동 항법 장치가 객관적 사실이나 이전 경험 이성적 판단 같은 다른 증거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 지 때때로 점검해야 한다 다행히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잠깐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작은 노력으로 큰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사회적 증거에만 의지하다가는 끔찍한 결 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들면 많은 조종사들이 기상 악화로 위험한 6 01 사건이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연구에 따르면 극동 지역의 사회들은 서구 문명권보다 사회적 증거의 원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Bond & 디서나 동료의 선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몇 여기는 폴란드에서 이런 성향이 어떻게 나타나 는지 실험해 Smith, 1996). 비단 극동 지역만이 아니라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으로 여가는 문화권이 적 가치가 많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평균적인 미국인들보다는 공동체적 가지를 더 년 전 나는 동료 연구진과 함께 서구 보았다. 우리는 폴란드 대학생과 미국 학생을 상대로 마케팅 연구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미국 대학생은 자신이 과거에| 구에 몇 번이나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이는 대 인들이 보여주는 개인주의적 관점과 일치한다. 반면 폴란드 대학생 들은 자신의 친구들이 마케팅 연 부분의 미국 과거에 마 케팅 연구에 몇 번이니 참여한 79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이 엑 란드 국민들이 보여주는 보다 집단주의적 가치와 일치하는 결과다(Cialdini et al, , 1999). 238 ,0 . 01 상황인데도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 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항공사고 연 구가들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그런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착륙을 중단하라고 경고하는 물리적 증거들보다 착륙을 시도해보라고 종용하 는 사회적 증거, 예컨대 앞의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사실 등에 집착하기 때문이다(Facci & Kasarda, 2004) 아무리 앞의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한다 해도 이따금 계기판과 창밖 을 확인할 줄 알아야 현명한 조종사일 것이다. 우리 도 군중이 보여 주는 사회적 증거에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따금 위아래를 둘 러볼 필요가 있다. 잘못된 사회적 증거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 편지 4.4 전직 경마장 직원이 보낸 편지 경마장에서 일하는 동안 저는 사회적 증거를 조작해 이득을 취 하는 방법을 한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말의 배당 률을 낮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우승 가능성이 낮은 말에 베팅하게 하는 도박꾼들이 있었던 겁니다.

"사부님 나오셨습니까!" 노인은 제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루한 중년인를 날카롭게 훑어보며 다가섰다. 마추호는 내력을 돌리다가 저으이 놀랐다. "소저의 관찰력이 대단하군요." 감탄하며 "내가 안력을 돋구더라도 발견치 못했을 거요" 말한 후 조심스레 거미줄을 걷었다.

"독이 묻어 있을까요?" 마추호는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는 이수련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럼 그 물건을 누구에게 넘겼는지 말해라." 전건은 네 사람을 차례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의 영화는 끝나는 구나!" "진작 새 사람이 될 것을......!" "으허엉!어머니 죄송해요!으허엉!" 관아앞에 경비를 서던 관졸은 황급히 안으로 달려들어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한 알의 환약을 꺼내어 전건의 입안에 넣어주고는 목줄기를 가볍게 비벼주었다. "박소매는 박식하고 견식이 넓으시군요." "별 말씀을 다하세요." 가볍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 뒤에 고함을 치며 달려오는 자들이 있었으며 그들 중하나가 손을 놀리자 갑자기 앞서 달리던 그 신형은 이수련일행앞에 푹 고꾸라졌다. 동굴안이 온통 먹물을 뿌려 놓은 듯 마냥 어둠의 연속이었다.

일이 이쯤되자 나머지 남의인들도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는 상선천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않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잠시 회한의 빛이 흐르더니 입을 실룩거리고는 선혈을 흘리며 고개를 꺽었다.

"으음!" 오후의 한 낮 찌는 듯한 태양이 내리꼿히는 속에 중년인은 숨을 헐떡거리며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왼손으로 훔쳐내며 두 사람을 노려보고 서있었다. "자!네가 훔친 물건을 내놓아라!그리하면 관아에 넘기지 않으마." 그 소년은 갑자기 대소를 터뜨렸다.

그가 산을 내려와 약을 달려먹으며 노인이 가르쳐준 검법을 익히며 시간을 보내던 중 저자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을 따라 황태자궁의 경비무사로 일하게 되었다. "난 그가 누군지도 모르니 더 이상 나를 구박하지마라.그럼 난 이만 실례한다." 말을 하며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하자 오십줄의 남의인이 호통을 치며 전건에게 달려 들어 그의 멱살을 잡고 안면을 후리갈겼다.

"그래 이놈 여기있다.어쩔래?" 산적두목은 걷여 채이자 죽는다고 고래고래 돼지 멱따는 소리로 질러대었다. '그럼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와 죽었단 말인가?'생각을 굴리던 장석인은 고개를 돌려 박운랑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상선천은 중년인의 무례함에 심히 기분이 상해왔으나 참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둠이 내리고 사방이 고요하다. 중년인은 안색이 일변해 침음성을 날리며 날카로운 검세를 막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그러자 겨우 관아를 향해 걸어들어가며 징징 우는 소리들을 해댔다. "너희들은 남의 일에 관여말고 썩꺼져라!" 이수련은 분연히 나서서 대꾸했다. 장석인은 산세을 훍어보며 나즈막히 "정말 괴괴하군" 중얼거리며 길없는 산을 신법을 펼치며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