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던 무림인들이 분기탱천해 한꺼번에 달려 들자 "흥" 가볍게 코웃음 친 뒤 신형을 일장 가량 솟구쳐 부채을 펼쳐 후려치며 아래로 떨어 져 내렸다. 박운랑은 고운 안색을 찌푸리며 "어떤 독수에 당한 것 같아요." 약간 두려움에 찬 음성으로 대꾸했다.

백의인은 "픽" 웃으며 수련의 공격을 무산시키고 가슴께로 공격해 들어왔다. 언제나 음산한 괴기가 실린 흑색 운무가 감싸고 있어 아무도 접근하는이가 없었다. '저 놈의 수법은 독문암기 수법으로 독랄하기 이를데 없어 오십년전 이미 실전된것 으로 아는데 어찌하여 저놈이......' 홍의소녀는 신속히 장을 들어 자신의 머리위에 장막을 치며 검을 뽑아내어 허공에 무수한 검화를 그려내어 중년인의 하반신을 베어갔다.

갑자기 천정이 아닌 동굴 바닥이 서서히 열리며 그리 밝지는 않지만 빛이 스며 들자 박운랑은 눈이 부셔 한 동안 눈을 감아야 했다. 일단의 무림인들은 저으기 놀라며 "너는 어느 문파에 있길래 어린나이에 그렇게 고절한 절기을 익혔느냐?" 중년인이 나서며 묻는다.

박운랑도 장석인옆에 쭈구리고 앉아 해골을 들여다보았다. "누구냐?" 홍의소녀는 조급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버지!빨리 나와 보세요.어떤사람이 찿아와 아버지를 뵙겠다며 대문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요." 이어 벽이 갈라지고 백의노인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나왔다.

무림인이면 지켜야하는 금기을 깨는 비열한 공격이었다. "사제!잠깐.손대면 안된다네." 미구여는 깜짝놀라며 주춤거리고는 놀란 토끼눈으로 마추호를 바라보았다. 마추호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 연실 한 숨을 내쉬며 물었다.

두 검세가 부딪치자 큰소리가 나며 무수한 먼지가 검풍에 말려 올라갔다. 상선천은 얼굴이 노기에 상기되어 씩씩거리는 딸을 밀어내고는 철화 속을 빠져나왔다. "음!죽은지 백년은 됨직하오.왜 여기서 죽었을까?" 낮게 중얼거리며 박운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자거리를 자욱하게 뒤덮었던 안개가 아침햇살에 물러나며 서서히 시야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관아를 본 산적들은 저마다 가지 않으려고 사방팔방으로 내빼려 하였다. 모처럼 나온 이수련은 저으기 기뻐하며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산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흥!네놈이 먼저 죽어라!" 중년인은 허공에서 소녀의 공세가 심상치않음을 알고는 몸을 회전시키며 일장가량 솟아올라 일시에 수많은 철화를 그려내며 소녀의 전신을 감싸며 떨어져내렸다.

"난 그가 누군지도 모르니 더 이상 나를 구박하지마라.그럼 난 이만 실례한다." 말을 하며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하자 오십줄의 남의인이 호통을 치며 전건에게 달려 들어 그의 멱살을 잡고 안면을 후리갈겼다.

상선천은 중년인의 무례함에 심히 기분이 상해왔으나 참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제 우리의 영화는 끝나는 구나!" "진작 새 사람이 될 것을......!" "으허엉!어머니 죄송해요!으허엉!" 관아앞에 경비를 서던 관졸은 황급히 안으로 달려들어가 이 사실을 알렸다.

"으하하!오늘 네놈은 죽어 주어야 하겠다." 홍의소녀는 냉소를 치며 달려드는 중년인을 신속히 장을 들어 그의 장심을 후려쳤다. "그래 이놈 여기있다.어쩔래?" 산적두목은 걷여 채이자 죽는다고 고래고래 돼지 멱따는 소리로 질러대었다.

"사매!사매한테 좋은사람이 있어?꼭 님 만나러 가는 것같아." 이수련은 대뜸 빽 소리질렀다. 이수련은 자신의 사형들을 바라보며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오라버니 소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으흐흐!네가 정녕 이 어르신의 일에 관여한다면 좋다.내 손이 맵다고 원망은 말아라." 그는 말을 마치며 손을 갈쿠리모양으로 구부리더니 이수련의 왼손 완맥을 움켜쥐려 하였고,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께로 뻗어 움켜쥐려 하였다.

미구여가 빠르게 손을 놀려 도망가려는 자들을 쥐어 패댔다. 얼마나 떨어져 내렸을까,먼저 떨어진 야명주가 바닥에 다아 빛을 발하니 음침한 바닥과 동굴벽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중상을 입은 남의인을 떠메고는 급히 사라졌다.

"그럼 그 곳이 어디요?" "당장 그 놈들을 요절냅시다." "어머 어쩜 좋아요.사형 얼른 달려가 박살을 내죠?" 전건은 대답대신 결의에 찬 표정으로 세 사람을 둘러보고는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발 내딛여 보고 변고가 없자 조심스레 열린 곳으로 내려 가기시작했다. "공자는 도독질할 분같지는 않은데 어찌해서......?" 전건은 일순 곤혹스럼이 스치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설명했다.

'이런 일반인이잖아.' 마추호가 모르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렇다. "어린 계집아이가 어찌 어르신네의 일에 간섭하려 하느냐?어서 물러서지 못 할까." 이수련은 지지않고 음성을 높여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대강 정리하며 이랬다. "대사형!왜 그러세요?" 마추호는 전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삽시간에 수십명에 달하는 도적떼를 제압하고 전건의 부모가 잡혀있는 곳으로 다가 서자 별안가 천둥처럼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이수련의 냉랭히 코웃음치며 신형을 움직여 가볍게 피한 후 재빨리 검을 뽑아 공격한 자의 수급을 베어나갔다. 그의 검세는 하늘을 뒤덮어 일시에 중년인을 에워싸며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박운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다른 출구가 없는데......,한번 해보죠." 장석인은 결심한 듯 심호흡을 크게 한 번하고나서 천천히 손을 들어 진기을 모으며 태웅장(態熊掌)을 펼쳤다.

"음 여기에 뭔가 색다른 것이 잡힌다." 그녀는 갑자기 환성을 내지르며 내려와 재차 신형을 솟구쳤다. "누군가가 이들을 이곳으로 유인한 후 죽인것이 분명하오." "그럴까요.그렇다면 우리가 들어온 입구 말고 다른 출구가 있다는 얘긴데......"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끝을 흐렸다.

일순 무거운 침묵이 그들를 감싸고 돌았다. 제자들은 중년인을 노려보고는 상선천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보이고는 흩어졌다. 허공에 머물러 있던 중년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날아내려서서는 상선천을 노려보며 입을 열어 선혈을 한 모금 내뱉었다.

"예!알겠습니다." 이어 상선천은 품속을 뒤져 작은 옥함을 꺼내어 이수련에게 건네주었다. "저런!대사형 괜찮습니까?" 이수련의 사형들도 이수련이 서있는 곳에서 검을 뽑아들고 남의인들과 결투를 벌였다.

전건은 망연히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얼른 일어나 땅에 엎드려 큰 절을 했다. "으엑!" 한 모금의 선혈을 내뱉고 나자 전건의 혈색이 밝아져왔다. 어둠이 내리고 작은 전각안에서는 상선천이 심각한 얼굴을 하며 중년인을 주시하고 서있었으며 그 주위엔 홍의소녀 그리고 서너명의 제자들이 역시 굳어진 얼굴을 하고 중년인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저녁해가 뉘엿 뉘엿 지자 가까이 있는 객잔에 들었다. 날이 밝자 세 사람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장석인은 밝은 음성으로 "이 동굴의 입구가 될 만 한 곳을 찿았소." 말하며 박수련을 올려다 보았다.

이를 지켜보던 미구여는 의아심이 들어 마추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남추는 아연실색하며 황급히 신형을 날려 일장 밖으로 물러났다. "이놈!가긴 어딜가겠다는 거냐!" 전건은 다급히 허리를 숙여 피해내고는 냉엄한 얼굴로 말했다.

전건은 무언가 아쉬운 빛을 띠며 부모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이수련일행도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큼직한 산채가 있었고 그 주위엔 통나무로 만든 방책이 둘러 쳐져 있었으며 그 위에 두 명이 서서 경계를 했다. 네 사람은 나무뒤에 몸을 숨기고 눈짓으로 서로의 행동할 것을 주고 받았다.

그 뒤를 이어 남아 싸우던 흑의인들도 황급히 사라졌다. "네 맞아요.그분은 도화문의 삼대 문주로서 사대 문주인 자신의 아들에게 문주자리를 넘겨주고 이 산에 은거해왔다고 전해지죠." 장석인은 고개을 끄덕이며 말했다.

두 시각남짓 걸어 갔을때 였다. 두 사람도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이수련의 기분을 풀어주려 익살스런 얘기도 했으나 그녀의 기분은 풀수가 없었다. 사십가량의 남의인이 입을 열었다.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 장석인은 안력을 돋구어 사방을 세세히 살펴보다가 "음!이런 곳에......!" 나즈막히 신음성을 토하며 중얼거렸다. "앗!오라버니." 박운랑은 석벽이 올라오자 크게 놀라 외치며 급히 신형을 뒤로 날렸다. 삽시간에 석벽은 한 올의 머리카락도 들어갈 수 없게 꼭 닫혀버렸다.

'만약 출구라면 다행이지만,다른변고가 생긴다면 박소매와 난......'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몸을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그 세 사람이 황금들판을 지나고 북쪽으로 길을 잡아 나갈 무렵 그들의 맞은편에서 한 신형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다른 곳을 살펴보니 크지않은 석상과 만지며 부서질 듯한 나무의자가 몇개 있었다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요.보세요.이 사람은 다 죽어가잖아요!" 오십줄의 남의인은 얼굴에 잔인한 웃음이 번지고 입을 씰룩거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