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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조용하게 지나갔다.
마감시한을 앞두고 팀의 간판인 'The Brow' 앤써니 데이비스(포워드-센터, 208cm, 114.8kg)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면서 뉴올리언스는 위기를 맞았다. 현역 최고 빅맨인 그가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만으로도 뉴올리언스에게는 크나 큰 손해다. 데이비스를 보내고 누구를 받더라도 만족할만한 거래가 되기 어려운 만큼, 뉴올리언스는 이번에도 프랜차이즈스타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데이비스는 트레이드를 바라면서 할리우드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LA 레이커스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한솥밥을 먹으면서 우승 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레이커스는 다수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어 트레이드에 적합한 팀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레이커스와 협상을 벌인 끝에 끝내 데이비스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뉴올리언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데이비스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는 보스턴 셀틱스를 기다릴 뜻을 보였다.
레이커스는 데이비스를 위해 최종적으로 론조 볼, 카일 쿠즈마, 브랜든 잉그램, 레존 론도, 랜스 스티븐슨, 향후 1라운드 티켓 네 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향후 2라운드 티켓 두 장을 추가적으로 요구했고,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뉴올리언스가 해당 조건에 데이비스를 보낼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 지명권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데이비스가 향할 경우 지명권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뉴올리언스는 레이커스와의 직접 협상보다는 보스턴과 레이커스를 경쟁시킬 의사도 갖고 있다. 보스턴이 데이비스를 원할 경우 뉴올리언스가 협상에서 좀 도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지난 2010-2011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덴버 너기츠가 카멜로 앤써니 트레이드를 위해 뉴욕 닉스와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을 경쟁시킨 것처럼 나서겠다는 의도다.
끝내 성사되지 않은 레이커스의 협상
레이커스는 데이비스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이후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레이커스는 다수의 패키지를 뉴올리언스에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초에 볼, 잉그램, 쿠즈마, 조쉬 하트, 이비카 주바치(클리퍼스), 1라운드 티켓이 포함되는 여러 조건들 중 하나가 알려지기도 했다. 그 밖에도 볼, 잉그램 등이 포함된 다른 조건들도 제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최후통첩으로 1라운드 티켓 네 장이 들어간 조건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뉴올리언스가 레이커스와의 거래를 원치 않았다. 레이커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뉴올리언스는 오프시즌을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뉴올리언스와 협상이 쉽지 않았다. 사실상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패키지를 꺼내들었음에도 거래는 불발됐다. 레이커스는 오프시즌에 보스턴과 경쟁에 나설 경우 레이커스도 데이비스를 품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에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거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레이커스가 위의 조건으로 데이비스를 데려왔더라도 선수 구성이 어려웠을 수 있다. 제임스와 데이비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자리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오프시즌이라면 다른 선수들과 계약을 통해 데려올 수 있지만, 미드시즌인 점을 감안하면 레이커스로서도 거래 성사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스턴이 보유하고 있는 트레이드카드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레이커스로서도 오는 여름에 데이비스 트레이드를 장담하긴 쉽지 않다.
만약 레이커스가 데이비스를 품었다면, 제임스와 데이비스를 중심으로 오프시즌에 또 다른 슈퍼스타를 데려와 막강한 BIG3를 구축하고자 했을 것이다. 여름에 복수의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것보다 확률이 높은데다 다른 선수도 아닌 현역 최고인 데이비스를 데려온다면, 슈퍼스타 3인방을 구축하기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데이비스와 같은 센터를 데려오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마찬가지다.
레이커스는 끝내 데이비스 트레이드에 실패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문제는 보스턴과 영입전을 펼칠 경우 데이비스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 아직 기회를 상실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뉴올리언스의 요구조건이 보다 더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이커스는 데이비스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면, 다른 슈퍼스타 영입을 통한 전력보강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제임스와 최소 원투펀치를 구성하면서 유망주들을 조력자로 활용할 수도 있어서다.
오프시즌에라도 데이비스를 데려온다면, 레이커스가 우승후보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데이비스를 3,000만 달러 미만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2019-2020 시즌 후 선수옵션을 갖고 있다. 어쨌거나 레이커스가 모든 것을 내준 후라도 영입할 경우, 곧바로 연장계약에 돌입할 것으로 짐작된다. 데이비스도 레이커스로 향할 경우 연장계약을 맺을 의사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으로 데이비스를 붙잡을 예정이다.
관건은 레이커스가 자유계약선수로 어떤 선수를 데려올 지다. 케빈 듀랜트, 클레이 탐슨(이상 골든스테이트)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이들 중 한 선수와 계약할 경우 유력한 우승후보인 골든스테이트의 전력까지 약해지는 만큼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드마커스 커즌스와의 계약도 노릴 수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만큼 선뜻 장기계약을 안길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여전히 레이커스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트레이드로 데이비스를 데려온 후 이적시장에서 다른 특급 선수와 계약하는 것이다. 혹 데이비스를 데려오기 어렵다면, 자유계약을 통한 보강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데이비스 외에 레이커스의 전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선수는 마땅치 않다. 레이커스가 유망주들을 보내면서 샐러리캡을 좀 더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 순번 기다리는 보스턴의 풍족한 상황
보스턴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레이커스의 것보다 훨씬 더 상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이슨 테이텀이라는 최고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로터리픽이 될 유력한 지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오는 2019 드래프트에서 최대 네 장의 1라운드 티켓을 행사할 예정이다. 멤피스 그리즐리스, LA 클리퍼스(from 멤피스), 새크라멘토 킹스로부터 지명권을 양도받을 수 있는데다 자체적인 드래프트 티켓까지 보유하고 있어서다.
멤피스는 이번 시즌 하위권으로 밀려나 있어 10순위 이내 지명권으로 바뀔 확률이 높으며, 클리퍼스도 다년 계약자들을 보내면서 샐러리캡을 덜어냈다. 새크라멘토의 신인지명권은 오롯하게 건너온다. 이들 모두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것이 유력하다. 멤피스발 1라운드 티켓(8순위 보호)과 클리퍼스의 것(14순위 보호)도 보호조건으로 묶여 있지만, 보스턴이 사용하게 될 확률이 적지 않은 것만으로도 보스턴은 이미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테이텀이라는 확실한 유망주 외에도 제일런 브라운, 테리 로지어 Ⅲ까지 보유하고 있다. 로지어가 시즌 후 제한적 자유계약선수가 되지만, 계약 후 트레이드에 나설 여지도 없지 않다. 이처럼 보스턴은 당장 다른 팀에서 뛸 경우 주전으로 뛸만한 유망주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수의 로터리픽까지 확보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만큼 뉴올리언스가 일단은 오프시즌에 보스턴의 의중을 살필 것이 유력하다.
보스턴이 이번 데이비스 영입전에 뛰어들지 못한 이유는 바로 카이리 어빙의 존재다. 어빙과 데이비스 모두 지명선수 계약자인데다 데릭 로즈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에 타결된 노사협약에 의거해 로즈 규정 대상자들은 한 명만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보스턴은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아닌 오프시즌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보스턴은 트레이드로 데이비스를 데려온 후, 어빙과 재계약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역순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어빙과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원투펀치를 구축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비록 장기계약자인 고든 헤이워드가 부상 여파에서 아직 완연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다음 시즌에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스턴으로서는 기존의 알 호포드를 데이비스로 바꾸면서 일약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여기에 보스턴의 '거상' 데니 에인지 단장에 상황에 따라 테이텀이나 브라운 중 한 명만 보낸 채 트레이드를 성사시킨다면 보스턴으로서는 출혈을 최소화한 채 전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뉴올리언스가 레이커스의 유망주와 지명권보다 보스턴의 지명권 자체를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레이커스의 파격적인 제시를 거절한 것으로 봐서는 내부적으로 보스턴이 갖고 있는 다수의 지명권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을 확률이 높다. 보스턴이 갖고 있는 지명권 중 상당수가 로터릭으로 바뀔 여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뉴올리언스로서는 일단 조건을 들어보기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잠재적 후보군이 될 수 있는 뉴욕
뉴욕 닉스는 이번 마감시한을 앞두고 팀의 간판인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를 보내는 강수를 뒀다. 뉴욕은 포르징기스를 보내면서 팀 하더웨이 주니어와 커트니 리의 잔여계약까지 정리했다. 심지어 1라운드 티켓을 두 장이나 얻어내는 성과를 달성했다(한 장은 보호조건 삽입). 여태 뉴욕은 줄곧 신인지명권을 내주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장도 아닌 두 장이나 1라운드 티켓을 확보하면서 미래를 대비했다.
뉴욕의 목적은 샐러리캡 정리였다. 복수의 슈퍼스타 영입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뉴욕은 다음 시즌 샐러리캡을 확실하게 비웠다. 이를 통해 슈퍼스타를 데려와 전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오프시즌에는 어빙과 지미 버틀러(필라델피아) 동시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듀랜트까지 노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듀랜트를 데려올 경우 뉴욕의 전력은 순식간에 도약하게 된다.
뉴욕은 이번 시즌 리그 승률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로터리픽 배당률 변경으로 인해 꼴찌가 무조건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가는 확률이 낮아졌지만, 뉴욕이 만약 1순위 지명권을 갖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뉴욕이 1순위 지명권을 매물로 트레이드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르징기스를 보내면서 데려온 스미스와 1순위 지명권을 매물로 데이비스 영입전에 뛰어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우선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갖게 될 지부터 두고 봐야 한다. 스미스가 남은 일정 동안 자신의 가치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미스가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뛰던 기록과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뉴욕이 데이비스 트레이드에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들 외에도 프랭크 닐리키나와 케빈 낙스까지 나름 유망주들을 확보하고 있어, 이들을 더할 경우 뉴욕도 데이비스 영입전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데이비스, 이번 여름에 트레이드될까?
이번 오프시즌이 되면 데이비스도 사실상 만기계약자가 된다. 오히려 데이비스에 대한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커스와 보스턴 외에도 다른 팀들이 데이비스 트레이드에 깊은 흥미를 보일 수도 있다. 레이커스와 보스턴 외에 가세할 후보들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팀들이 들어온다면 데이비스 트레이드의 규모는 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뉴올리언스는 이를 노리고 있다.
할리우드를 선호하는 데이비스가 여전히 보스턴행에는 다소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다. 문제는 보스턴의 조건이 여타 팀들에 비해 탁월하더라도 데이비스가 연장계약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보스턴이 거래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혹, 연장계약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테이텀이 트레이드에서 빠질 수도 있다.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약간의 불확실성은 양쪽 모두에게 남아 있다.
만약 데이비스가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고 가정할 경우, 연장계약에 응하지 않고 이적시장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보스턴이 어빙, 테이텀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비스까지 가세한 보스턴이 파이널 진출 혹은 우승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핵심은 뉴올리언스가 데이비스가 연장계약을 원치 않음에도 보스턴과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과연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를 통해 보다 많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구단 역사상 최고 선수나 다름없는 그가 트레이드를 입 밖으로 꺼낸 것만으로도 뉴올리언스는 손해가 막심하다. 배런 데이비스, 크리스 폴(휴스턴)에 이어 뉴올리언스는 이번에도 프랜차이즈스타를 지키지 못했다. 아쉬운 데로 데이비스를 매물로 장래에 도움이 되는 자산(지명권과 유망주)들을 가급적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행보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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