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벽녀
작성자 닉슨한스
작성일 19-05-24 03:24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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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ㅎㅎㅎ
번들거리는 대머리에 구릿빛 피부의 '나는 전사다' 라는 인상이 팍팍 풍기며 상체를 거의 벌거벗은 거한이 인상적인 자신의 커다란 새의 깃털로 만든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단상 위를 바라보았다.
단상에서는 젊은 여자 셋을 중년의 남자가 이리저리 여자의 몸을 돌리며 말했다.
"자 보십쇼! 이 물건(?)은 아주 튼튼합니다. 골랜드에서 데려왔으니 더 이상 다른 설명은 안들이겠습니다. 자 그럼 100부터 시작합니다. "
이곳은 노룩시의 노예시장이다.
노룩은 거의 모든 상품이 거래되는 인시드 유일의 자유무역항구다.
인시드 대륙의 특산품은 물론 서쪽의 로유대륙, 동쪽의 칸의 상품이 오가는 무역도시인 것이다.
노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다.
인시드에서 가장 큰 노예시장인 카타카는 모든 종류의 노예가 거래되고 있었다.
수인족은 물론 바운고르스족, 색슨족등 각 인종모두 거래되고 있었다.
대머리에 새 깃털 귀걸이를 한 웃딘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여자노예들을 훑어보곤 입맛을 다셨다.
단상에 나와 있는 여자노예들은 최소한 100에서 150골드는 있어야 살수 있었다.
그것도 경매의 하한가가 그 정도라는 얘기다.
그리고 웃딘의 고용주가 필요한 노예는 여자 노예가 아니었다.
웃딘은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음을 느끼며 단상에서 눈을 뗐다.
그리고 어린 노예들이 있는 곳으로 가 노예상인에게 말했다.
"이봐! 쓸만한 녀석들 좀 있나?"
"예! 물론 입죠! 자 보십쇼! 아주 팔팔한 녀섯들 입죠!"
웃딘은 노예상의 입바른 소리를 귓가로 흘리며 10세에서 15세 사이의 소년들을 훑어보았다.
모두 별로 먹지 못했는지 얼굴이 누렇게 떠 있었다.
웃딘은 한 아이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말했다.
"이봐! 이놈은 얼마지?"
"예! 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놈은 온순하고 힘도 쓸만합니다. 아주 조금만 잘 먹여 키우면 저기 저 노예들보다 더 낳을 겁니다. 딱 30골드만 내십쇼!"
노예상은 일꾼노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웃딘은 실소하며 말했다.
"훗! 30골드? 이봐 이 정도의 녀석이면 10골드면 살 수 있다고, 그리고 아주 많이 먹여 키워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손님 물건 볼 줄 모르시는군요! 뭐! 좋습니다. 25골드로 하죠!"
"15골드!"
"20골드 이 이하는 절대 안됩니다."
"흐음! 좋아! 20골드!"
-차르륵
웃딘은 금화를 지불하고 노예상에게 물었다.
"이 녀석 이름이 뭐지?"
"아? 예! 노예에게 무슨 이름까지야... 전 이놈을 피그라고 불렀습니다만!"
"피그? 돼지라고! 하아. 물어본 내가 잘못이군 이봐 네 이름은 이제부터 라혼이다"
1
"라혼! 뭐해? 또 책보냐?"
까무잡잡한 얼굴의 터번을 쓴 소년이 같은 복장의 소년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아! 람이구나"
"야야 나는 수업시간에 책 읽는 것도 지겨운데 황금 같은 쉬는 시간에 책을 보다니 너도 참 어지간하다."
"......"
"근데 무슨 책이냐? [그레고리우스 항해일지]라 재밌냐?"
"뭐, 별로..."
람은 라혼 곁에 앚으며 중얼거렸다.
"참내 노예가 읽을 줄 알면 뭐하나!"
"......"
라혼이 있는 파샤저택은 노룩시의 북쪽에 있는 파샤대공의 저택이었다.
파샤는 인시드 대륙제일의 부호이자 인시드 대륙 서쪽 서드해의 패자였다.
웬만한 나라의 해군보다 더 강한 함대를 가지고 있어 인시드 대륙전체를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인시드교의 교황조차 무시 할 수 없는 존재였다.
범선이 발달하면서 갤리선이 없어져 노 젓는 노예들은 필요 없어졌지만 파샤에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노룩은 북쪽의 시드그람 산맥의 몬스터들의 침입이 잦아 자치경비대뿐만 아니라 노룩시 서북쪽에는 대규모 군요새까지 있었다.
파샤또한 용병단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용병단의 잡일을 하기 위해 파샤는 라혼이나, 람같은 소년노예들을 사들이고, 노예들에게 기본적인 읽기와 셈하기를 가르쳤다.
보통 노예들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치진 않지만 파샤는 무슨 이유인지 노예들에게 파격적이다 할만큼 대우가 좋았다.
"이따 저녁에 연회가 있데!"
"연회라... 역시 주인님이 계시니까 사흘이 멀다하고 연회구나"
라혼은 보던 책을 덮으며 말했다.
"어쩐지 쉬는 시간이 길다 했더니 오늘밤은 자긴 글렀군"
"그래도 오늘은 음유시인까지 초대 된데!"
라혼은 음유시인이라는 말에 눈빛이 반짝였다.
"음유시인이라구!"
"그래 오늘연회는 엄청 크게 하나봐! 자치총독은 물론이고 인시드교 서북부 대승정까지 참석한다나 봐!"
어차피 라혼이나 람은 그런 것들보다 음유시인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다.
어차피 라혼같이 나이 어린 노예는 홀에서 서빙을 하면서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무희들의 춤을 출 때나 악가들이 음악을 연주할 때도 라혼들은 잠시도 쉬지 못했지만 음유시인이 노래 할 때면 모두 조용히 음유시인에게 눈과 귀를 모으므로 라혼들도 음유시인의 노래와 이야기들을 비교적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라혼-, 람-! "
"......"
"......"
라혼과 람은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잡담을 중단하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웃딘이었다. 웃딘은 파샤용병단의 고참용병이고, 람과 라혼은 파샤저택에서 그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너희들 그만 노닥거리고 향나무 좀 해와야 겠다"
"예!"
"아니! 둘 다 갈 필요는 없고 라혼이 노새를 끌고 가서 해오도록 하고 람은 날 따라와라"
"예!"
라혼은 짤게 대답하고 라혼은 마구간으로 뛰어갔다.
노룩 특히 이 파샤저택의 북쪽 숲에는 특이한 향나무가 있었다.
생나무를 방안에 말리듯 걸어 놓으면 향긋한 내음은 물론이고, 귀찮은 벌레들도 쫓아주었다.
하지만 잘린 지 하루 이상이 되면 아무런 효과가 없으므로 매일 새로 잘라와야 했다.
라혼은 무디지만 나무하기엔 별무리없는 칼과 노새를 끌고 저택 북쪽 뒷문으로 나갔다.
2
어둑어둑해지며 땅거미가 지는 시간.
보이진 않지만 서쪽바다의 수증기 때문에 더욱 붉게 타올랐던 노을이 겉이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인시드 대륙 서북부에선 물론이고 성황수호기사단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는 파울 공국 북부변경수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베로우 요새가 어둠 속에 그 웅장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아아∼하압∼, 오늘은 왠지 해가 빨리 저무는 군!"
"아합∼, 그렇군! 그래서 그런지 횃불이 좀 늦는데!"
병사들이 저녁식사 후 담당구역인 성벽마루에 올라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식곤증을 쫓아내고 있었다.
지금시간은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보이며 시야가 적응이 되질 않아 눈이 피곤해지는 시간이었다.
"뭐. 조금 늦는 거 뭐 어때 어차피 지금은 불이 있으나 마나 아무 것도 안보인다구!"
"가만 저게 뭐지?"
실없는 잡담을 주고받던 병사는 북쪽 시드그람 산맥을 보며 손을 곱게 펴 눈썹 위에 같다대며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옆에 있던 병사도 동료의 행동에 의아심을 가지면 그와 같은 쪽을 바라 봤다.
그쪽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저쪽에서 뭔가 온다!"
"이런! 적 적이다!"
병사는 그것을 확인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격렬하게 경종을 치기 시작했다.
-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
"오크때다-!"
망루에서 적의 정체를 확인하고 숙소에서 쉬던 병사들은 늘 훈련받던 대로 신속히 자신의 위치로 이동했다.
-철커덩. 철커덩
어느새 병사들은 모두 자신이 맡은 위치로 가 대기했고, 오늘 파샤의 파티에 초대되어 자리를 비운 주둔사령관 대신 부사령관인 리우가 요새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망루에 올라 병사들을 지휘했다.
망루는 요새 각 위치에 명령의 전달이 쉽도록 요새 중요 위치마다 파이프로 연결해 지휘본부인 이 망루탑과 연결되어 있어 명령과 보고가 쉽게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각 위치 상황보고 하라!"
"북문 전투준비완료!"
"남문 전투준비완료!"
"서문 전투준비완료!"
"동문 전투준비완료!"
"좋아! 거윈 비상봉화는 올렸나?"
"옛!"
머리에 희끗희끗한 새치가 있고 중년을 넘어 초로의 나이에 있는 리우는 나이 어린 부관 거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가 요새 코앞까지 저런 대규모 오크무리가 오도록 북쪽 전방의 초소에서는 뭘 한 거야!"
"전방의 초소들은 모두 당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거 우리도 위험하겠는데요! 오크무리에 오거까지 있습니다."
"뭐야?!"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거윈이 안색이 약간 창백해지며 말하자 리우가 거윈에게서 망원경을 빼앗아 들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과연 초록색의 오크들보다 배는 큰 덩치의 오거가 듬성듬성 끼어 있었다.
오크와 오거는 한때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는 관계라고 오해 할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그런 그들이 사이좋게(?) 쳐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수도 초록색의 파도라 할만큼 많았다.
리우는 그 수에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정말 더럽게도 많이 몰려오는군!"
"......"
"거윈 막을 수 있을까?"
"이 요새는 난공불락입니다."
파울 공국 북부변경수비대는 몬스터가 난동부릴 때 각 마을의 자치경비대가 시간을 벌어 줄 동안 출동해서 진압하는 이동속도가 빠른 기병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비대대원 전체가 거의 기병으로 이루어져있고, 농성전은 훈련조차 형식적으로 해왔을 뿐이다.
농성전은 해본 경험도 할 각오도 병사들에겐 없었다.
그렇다고 오크무리의 속으로 말을 몰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리우는 이런 저런 걱정이 들어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쿠웨엑----.
-옼크 옼크----.
마치 돼지의 멱따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귀청이 찌져질 듯이 들려오면서 어느새 오크무리는 요새의 지척까지 접근해 있었다.
날은 이제 완전히 저물어 요새의 성곽 위에는 붉은 화통 불과 횃불이 환하게 밝혀 불야성을 이루었지만 성벽아래는 오크무리의 빨간 눈빛만 보이며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름끼치는 괴성만이 들려왔다.
-꾸웩
-꾸외엑
"각 부대장들은 성밖으로 횃불을 던지고 화살을 쏴라!"
리우의 명령에 따라 횃불을 성밖으로 던지고 시야가 확보되자 활을 쏘기 시작했다.
워낙 많이 몰려와 아무 데나 겨누어 쏴도 다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크무리에는 별다른 공성무기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가끔 오거가 던지는 손도끼나 투창이 성벽위로 날아와 피해를 입혔지만 수비대의 병사들의 피해는 아직까진 미미했다.
오크들은 성벽위로 오르려 하지 않고 성문 쪽으로만 몰려들었다.
성문을 부수는 도구도 없이 오거가 무지막지하게 큰 도끼로 성문을 부수려 했지만 성문안쪽은 이미 보강한 수비대는 성문 위에서 돌을 굴려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정말 미개한 종족이군 변변한 공성무기도 없이 요새를 공격 할 생각을 하다니!"
리우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미련하게 몰려드는 오크무리를 보고 다소 안심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별문제 없이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전투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오크의 시체가 성벽아래에 수북하게 싸여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오크무리는 수그러드는 기세 없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부사령관님 일단의 오크들이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뭐라고? 이런 젠장 이 정도 숫자라면 충분히 병력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잊었군!"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남쪽엔 지룬요새가 있으니까요!"
"지룬요새의 병력은 저놈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야! 게다가 우리가 올린 봉화를 보고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을 꺼라고....!"
"그럼......?"
"오크들의 이 작전은 무모하지만 효과가 있는 거라고 파울 공국에서 가장 큰 상비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야!"
리우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거윈도 이미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채고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파울 공국은 몰라도 노룩 만큼은 확실하게 파괴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이 베로우 요새에서 노룩까지는 말로 달려 한시간도 체 걸리지 않을 거리였기 때문에 오늘밤은 노룩에 있어서 잔인한 밤이 될 것이 분명하였다.
"도대체 이 많은 오크가 어디서 나온 거야?"
끝없이 몰려드는 오크의 파도를 보며 리우는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슈인드산맥 전체 아니 전세계 모든 오크들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부사령관님! 적들이... 오크 떼가 물러갑니다!"
"각 부대에 적의 재공격에 대비하고 피해상황 확인해 보고 하라고해!"
"옛!"
참모인 거윈이 리우의 명령을 각 부대에 전달 할쯤 이제까지 필사적으로 적들을 막던 병사들이 오크무리가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고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오오오----
-와와와----
이때 잠시 물러나던 오크들이 다시 괴성을 발하며 성문으로 세도해 들었다.
그리고 라우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마치 붉은 유성 같은 것이 이쪽으로 날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슈우웅
-콰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성문과 함께 북쪽 성문 위에서 돌과 화살을 날리던 별사들이 장난감처럼 부서졌다.
"우왁!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부사령관님! 오크들이 몰려옵니다."
폭발하는 강한 빛에 잠시 눈이 앗질 해지고 정신이 들자 부서진 북쪽으로 오크들이 넘어오는 것이 보였다.
성문을 부순 그것은 분명 마법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가 만들어낸 마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어떻게 오크들이 마법사를 가지고 있는지? 왜 마법사가 있으면서 마법을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요새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피를 보고 흥분해 저돌적으로 돌격하는 오크들과 보통 장정 다섯의 힘과 맘먹는 힘을 가진 오거와 백병전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병력차로......
"젠장, 젠장, 젠자앙!"
시드
라혼은 향나무를 해온 뒤 한숨 쉴 겨를도 없이 각방과 홀, 그리고 복도에 일정량의 향나무를 걸어두었다.
이미 하나 둘씩 도착하는 손님들이 있어 소년노예들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그 중엔 자신들의 시중드는 하인이나 어린 노예들도 있었다.
"라혼! 어서 옷 갈아입자!"
"그래!"
주방의 일을 돕던 람과 라혼은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와 파샤저택의 연회나 손님을 맞을 때 입는 옷을 입었다.
원통모양의 챙이 없는 평평한 원형의 모자 위에 노랑색의 수실이 달린 빨간 모자와 흰 셔츠에 짙은 초록색의 짧은 조끼와 같은 색의 무릎 바로 아래
에 끈으로 묶은 풍성한 바지와 흰 스타킹을 신고 검정 색의 가죽벨트와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구두까지 챙겨 신었다.
라혼은 후줄근한 옷을 벗고 깨끗하게 갈아입자 기분이 좋아 졌다.
"오! 라혼, 폼나는데?"
"빨리가자 늦었다구!"
"그래"
라혼은 람의 말에 씨인 웃으며 오늘연회의 책임자인 파샤저택의 집사 알레한드로에게 갔다.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제외한 똑같은 옷을 입은 노예 스무명정도가 저택의 뒤쪽의 공터에 모여 있었다.
"람, 라혼 빨리와 집사는 아직 안 왔어!"
"휴우! 다행이다, 우리가 제일 늦은 건가?"
"아마 그럴걸! 그리고 너희들 아직 모르지?"
"뭘?"
"오늘연회 말야, 작은 주인님의 환영연회래!"
"작은 주인님? 아아-, 서쪽대륙에 유학하고 있다는 그...."
"그래 그분이 그 그저께 돌아왔는데 오늘 환영행사 겸 약혼발표를 한다나봐!"
"우리들은 왜 몰랐지?"
"나도 오늘 처음 들었어! 그리고 너희들 작은 주인님 못봤지?"
"......"
"정말 천사같이 예뻤어! 누가 약혼자가 될지는 몰라도 정말 행운의 사나이가 될꺼야!"
"부바다!"
신포와 잡담을 하다 노예장인 부바가 오자 잡담을 멈췄다.
부바는 아이들의 오늘 일할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라혼은 마차에서 내린 손님을 홀까지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별빛이 빛날 무렵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해 라혼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흐음!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일이라, 이번 일만 끝나면 한 오백년은 쉬어야지!"
화려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한 금발머리에 잘생겼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외모를 가진 청년이 지금 한참 마차들이 분주히 들어가는 한 저택의 정문
을 지나 정문이 안보이고도 한참을 걸어 겨우 보이기 시작하는 저택 쪽으로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라혼은 저택의 현관에서 짧은 회랑을 거처 홀까지 손님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있었다.
일이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노예인 라혼이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피곤한 일인 것이다.
노예는 먼저 말을 해선 안되고 묻는 말에 대해서도 자기를 소유한 주인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
하지만 노룩은 국제무역항이고 다른 사람의 노예에게 그 주인에 대해서 묻지 안는 인시드 예법을 모르는 서쪽 대륙과 동쪽 대륙에
서 온 손님들이 서드해의 패자라고까지 부르는 파샤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라혼에게 물어왔다.
노예인 라혼의 입장은 매우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묻는 말을 무시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이런저런 말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지만 나이 어린 라혼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람, 피곤하지"
"왜 아니겠냐"
이제 손님들을 실어오는 마차가 하나 둘 잦아들고 라혼과 람이 잡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예법도 모르는 손님들을 상대하자니 어휴, 정말 힘든다 힘들어!"
"그 사람들은 여기 사람 아니잖아 속 깊은 니가 참아야지 안 그러냐 람"
"우와! 되게 멋있다!"
"짜식 눈치 챘구나, 확실히 내가 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 푸하하하하∼!"
"에라∼이"
-따악
"아얏!"
"내가 언제 너한테 그랬냐, 내가 말한 사람은 저 사람이야"
"누구, 누구"
람이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흰 셔츠에 초록색의 조끼 갈색망토, 그리고 등에 루트Lute를 매고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라혼이 생각하기에도 정말 멋져 보였다.
천천히 걸으며 저택의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는 모습까지 정말 그렇게까지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라혼과 람은 할 일도 잊은 체 그 청년만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봐 너희들"
청년의 옆에서 한 초로의 중년의 아저씨가 라혼과 람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파샤저택의 집사 알레한드로였다.
"여기 이 아이들이 시드씨의 시중을 들 겁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 아이들에게 시키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너희들은 시드씨를 방으로 모시고, 시중을 들어라!"
"예"
"그럼!"
알레한드로는 시드라는 음유시인에게 인사하고 바쁘게 다른 손님들에게 갔다.
"저를 따라오세요"
"그래 고맙구나! 네 이름은 뭐지?"
"전 람이고요 얘는 라혼이라고 해요"
"난 시드라고 한 단다"
"예 시드씨!"
람과 라혼은 노예인 자신들에게 정식으로 이름을 소개하면서 예의를 갖추는 시드가 정말 맘에 들었다.
"람이라고 했니, 부탁 좀 들어줄래?"
"예 말씀만 하세요!"
"소금을 좀 얻을 수 있을까?"
"소금이요? "
"그래 소금. 목이 아플 때 먹으면 목이 편해지거든..."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한다"
람이 소금을 가지러 주방이 있는 쪽으로 뛰어가자, 음유시인 시드는 라혼에게 말했다.
"어디 조용한 곳이 없을까?"
"조용한 곳이요? 저택의 뒤라면 조용 할 거예요"
"그래 그럼 그 곳으로 가자!"
"예 하지만 파티가 곳 시작될텐데......!"
"파티가 시작돼도 내 차례는 아직 시간이 있어"
라혼은 시드를 후원의 외진 곳으로 데려갔다.
"흐음 좋은 곳이군!"
"......"
"잠시 혼자 있게 해주겠니!"
"예?"
"난 여기 있을 테니 날 찾으면 여기로 부르러와 알았지!"
"예"
라혼은 음유시인을 후원에 둔체 원래 그를 안내하려던 방으로 갔다.
방문 앞에서 하얀 주머니를 들고 불안하게 서성이던 람이 있었다.
"라혼! 음유시인이 묵기로 한 방 여기 아니냐?"
"맞아 여기야"
라혼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람에게 음유시인이 있는 곳을 설명해줬다.
"흐음 그래∼! 그럼 우린 할 일이 없는 거네!"
라혼과 람은 원래 음유시인이 쓸 방을 차지하고 편한 자세로 앉았다.
어차피 우리의 일은 음유시인의 시중이고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라그나혼의 슬픔 목소리
천상에 부유 하는 하얀 말
차디찬 갑옷 안에 뜨거운 강철심장
어둠보다 눈부신 파리한 검
차가운 얼굴, 얼굴 보다 더 차가운 눈
라그나혼의 슬픔 목소리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가 어두운 저택후원을 조용히 감싸안았다.
라혼은 이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넋을 놓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시드에게 다가갔다.
'우와 역시 음유시인이구나! 악기도 연주하지 안았는데 너무 멋지다!'
라혼은 이런 생각을 하며 시드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시드씨 시간이 다 됐습니다."
"그러니?"
'어? 무슨 냄새지? 음유시인도 방귀는 뀌는 군!'
라혼은 구리한(?) 냄새를 맡으며 표정관리에 힘들여야 했다.
지금 연회가 한참인 저택의 홀로 가던 중 시드가 갑자기 멈추어 서서 지슈인드산을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어! 무안해서 그런가 나두 이제 어린애가 아닌데 음유시인도(?) 방귀뀔 수 있다는 거 다 아는 데?'
그러면서 약간 실망스런 느낌은 지울 수 없는 라혼이었다.
-옼 옼크
-쿠웩 퀙
'어 그게 아니가?'
시드의 눈길을 준 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며 돼지가 오리 울음 흉내내는 듯한 소리를 냈다.
'뭐지? 오오오 오크?'
"오크들인가?"
"시시시...시 시드씨?"
라혼은 머리가 새하얗게 비며 동공이 확대되었다.
지슈인드산에서 오크들이 가끔 출몰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이었다.
"이것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옼옼
-쿠웩
시드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오크들에게 그 섬세하고 그린 듯한 하얀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시드의 손 주위로 뭔가가 모여들었다.
"파이어 볼fire ball-!"
일체의 스펠(주문)도 없이 단지 시동어만으로 거의 사람 반만한 거대한 불덩어리가 만들어져 달려들어 오는 오크들의 선두에 작렬했다.
-푸슝∼! 화르르....
-뻐엉∼!
-쿠웩
불덩어리가 떨어지자 폭발음과 동시에 주위 10워크(5m, 1워크=약50cm)의 땅이 파이면서 분화구를 만들고 뭉쳐서 달려드는 오크들의 중앙에 떨어졌음에도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불길이 미친 주위 70워크(35m) 안에 있던 오크들은 모두 새까맣게 탄 숯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라혼은 아무런 생각도 없던 머리 속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며 시드의 등뒤에 바짝 붙었다.
시드의 파이어 볼fire ball에 잠시 주춤했던 오크들은 눈이 붉은 핏빛을 발하며 다시 몰려들었다.
-옼크 옼크.
시드는 다시 오크들이 몰려오자 다시 손을 들고 손바닥 주위로 붉은 빛무리가 어느 정도 모이자 시동어를 외쳤다.
"인시너레이트incinerate-!"
시드를 중심으로 1워크 정도의 원 밖으로 흰 빛무리가 20워크(100m) 가까이 넓게 퍼져나가고 그 흰 빛무리가 지나간 곳에서는 불꽃이 타올랐다.
흰 빛무리가 달려 들어오던 오크들에게 스치자 오크들의 몸은 곧바로 산화하여 먼지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오크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몰려들었다.
시드의 주위로 거대한 파이어 필드fire field를 형성해 불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족족 새까만 숯덩어리로 변했지만 오크들은 마치 자신들의 몸으로 그 불을 끄며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벌써 상당한 수의 오크와 오거들이 불에 타 소멸하거나 숯덩어리가 되었지만 몰려오는 숫자는 줄어들기 보다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것 같았다.
일이 이쯤 되자 라혼은 잔뜩 공포에 젖은 눈으로 몰려오는 오크 떼를 보고 얼굴 색이 희다 못해 창백해지며 시드의 갈색 망토를 움켜쥐었다.
시드도 더욱 안색을 굳히며 거의 파이어 필드fire field의 반을 맨몸으로 뚫는 오크 떼를 노려보았다.
주위에는 이미 검은 숯덩어리와 아직 불타고 있는 오크의 시체에서 나오는 고기(?) 타는 냄새가 진동하며 넘쳐흘렀다.
-꾸워엑∼!
-옼크, 옼크!
지글지글지글 치이익∼.
"귀찮군!"
시드가 마음만 먹으면 하찮은 오크 떼가 아무리 몰려와도 다 없앨 수 있지만 시드에게는 그럴 생각도 의무도 없었다.
하지만 시드가 고민하는 것은 그럴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오크 떼의 눈물겨운(?) 공격 앞으로는 이제 거의 성공단계에 와있었다.
시드의 파이어 필드fire field를 거의 몸으로 때우고 약 10워크 앞까지 접근해있었다.
파이어 필드fire field의 효과도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라혼은 그걸 보고 시드의 망토를 다시 움켜쥐며 고민에 잠긴 시드가 다시 어떻게 해주길 발했다.
시드의 고민은 곧 끝이 났다.
"뭐! 이번은 영웅이 아니라 음유시인이었으니까! 다시 영웅이 되는 것은 피곤하겠지? 하지만 이 천한 것들은......"
이렇게 중얼거린 시드의 몸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황금빛이 뿜어져 나온 순간 곁에 있던 라혼은 뒤로 튕겨져 버리고 시드의 몸이 완전히 황금빛의 덩어리가 되어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한번의 강렬한 빛이 발하고 거의 70워크의 거대한 드래곤이 나타났다.
-꾸∼어∼∼!
시드, 아니 이 거대한 황금비늘의 골드 드래곤이 포효를 터트리자 강력한 드래곤 피어Dragon Fear가 뿜어져 나와 강력한 파이어 필드fire field조차도 몸으로 때우는 오크들조차 멈칫하고 공포에 젖어 몸이 굳게 만들었다.
드래곤 피어Dragon Fear는 드래곤이 뿜어내는 강한 기운으로 다른 생물로 하여금 겁을 먹게 만드는 드래곤의 권능 중 하나다.
시드의 몸에서 뿜어 나온 황금빛에 튕겨져 나간 라혼은 이미 시드를 포위했던 오크의 발 밑까지 굴러들어 잠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정신을 차리자 자신의 머리 위에서 초록색의 돼지머리에 어금니 사이로 침을 흘리는 괴물을 보자 동공이 크게 확대되고 소리나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시드를 찾았다.
하지만 시드는 보이지 않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황금색 괴물이 보였다.
거대한 박쥐의 날개 비슷한 날개와 긴 목, 라혼은 이 거대한 괴물이 시드라는 생각이 들자 이미 드래곤 피어Dragon Fear에 의해 공포에 젖은 오크가 눈치 채지 못 하도록 조용히 움직여 이 거대한 황금색의 괴물의 거대한 발톱 사이로 뛰어들어 발등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골드 드래곤 시드는 자기 발등위로 올라타는 인간보다 지금 자신의 꿈을 깨게 만든 이 건방진 오크들에게 적당한 징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드래곤 시드의 몸은 날갯짓도 하지 않았는데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몸이 떠오른 드래곤은 숨을 머금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입주위로 아까 인시너레이트incinerate 마법을 쓸 때보다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황금빛의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권능인 브레스Breath가 드래곤의 입에서 토해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불꽃 브레스와 함께 염소가스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불꽃은 오크들이 계속 넘어들어 오던 파샤저택의 후원의 장벽은 물론 그 뒤의 끝이 없던 오크 떼까지 완전히 녹여버리고 염소가스는 이 넒은 지역에 아무 것도 온전하게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후련하게(?) 브레스Breath를 한번 뿜어낸 골드 드래곤은 날개를 완전히 펼치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의 날개를 펄럭이며 북쪽 지슈인드산맥으로 날아 같다.
살았다!
'으음∼. 여긴 어디지?'
-퐁∼
'물방울 떨지는 소린가? 나는 죽었나? 몸이 없는 것 같은데, 어디 우∼씨이∼.'
손을 움직이려 하자 어깨에서 등까지 무지막지한 통증이 몰려들었다.
'여기는 지옥인가 그렇게 나쁜 짓은 많이 안 했는데... '
라혼은 억지로 눈을 뜨며 여긴 지옥도 자신이 죽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몸을 바로 세우려 몇 번을 시도하다 전신에 밀려오는 통증을 감수하고 겨우 일어나 앉았다.
라혼이 있는 곳은 어두웠지만 사물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다.
라혼은 어느 정도 아픔이 가시자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짜 여기는 어디지? 지옥은 분명히 아닌데. 어! 저...저건'
거대한 무엇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라혼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상최고의 마법생물이자 감히 신(神)조차 죽일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진 드래곤인 것이다.
라혼, 자신이 알고있는 드래곤에 관한 전설과 그리고 그들을 연구하는 학자가 쓴 책, 비록 흥미위주의 책이었지만 이 정도의 크기의 드래곤이라면 고룡(古龍) 에인션트급의 드래곤이다.
그리고 에인션트 드래곤이라면 전세계에 5마리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고, 황금색의 골드 드래곤이라면 바로 세계의 중심인 지슈인드산맥의 고룡(古龍) 지슈인드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라혼은 숨조차도 조심스럽게 쉬어야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여기는 분명히 드래곤 레어고 자신의 레어에 침입한 인간을 살려두는 드래곤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만 했다.
'여기를...여기를 떠나야해 전 드래곤이 깨기 전에...'
라혼은 벽을 짚으며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곧 동굴을 하나 발견했지만 막힌 동굴이어서 실망을 했지만 다시 출구를 찾았다.
또, 다시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가자 희미한 빛이 보였다.
'이번엔 진짜 나가는 곳 이가? 이 이건...'
그 희미한 빛의 밝은 눈부신 광채로 변하고 그 빛의 정체는 드래곤의 보물이었다.
산처럼 싸여있는 금화는 물론이고 번쩍이는 보석 그리고 화려한 무구와 보검 모두 보물들이었다.
양도 양이었지만 라혼의 눈에 보기에 모두 최상급 품들이었다.
라혼이 알고 있던 파샤의 재산에 100배는 넉끈히 넘을 것 같았다.
슬며시 생겨나는 욕심에 라혼은 가까이에 있는 금화를 한 움큼 주워들었지만 드래곤의 보물에 대한 집착에 대한 생각이 나자 금화를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드래곤의 보물에 대한 집착은 상당해서 보물이 조금만 없어져도 그것을 훔쳐간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이런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래도 좀 아까운데.... 쯔읍!'
라혼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눈으로 그 보물들을 바라보고는 동굴 밖으로 나와 다시 희미한 빛이 새나오는 옆의 동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싸여 있는 책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과연 지혜롭다는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지혜로운 골드 드래곤의 에인션트 드래곤 고룡(古龍) 지슈인드다웠다.
라혼은 눈빛을 내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책을 들어 펼쳐보았다.
<시드그람 대륙의 마나 이론과 동쪽대륙의 기(氣)에 대한 고찰>
<인시드 대륙의 마법체계>
<신(神)은 종교를 만들지 않았다.>
<우리가 창조주를 믿어야 하는 이유>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4대 원소와 화(火), 수(水), 목(木), 금(金)의 오행(五行)>
<드래곤의 역사>
<지상최고의 마법생물은 피닉스>
<마족사(魔族史)>
<어린이들을 위한 기사도(騎士道)이야기>
한동안 자신의 처지도 잃고 이책 저책을 뒤지던 라혼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출구 찾았지만 이곳은 호리병처럼 생긴 거대한 지하광장이며 출구는 오직 천장에 있는 구멍뿐이란 것을 깨달았다.
드래곤이야 그냥 날아오르면 되니까 별문제 없지만 날지 못하는 라혼에게는 큰 문제였다.
'젠장 출구는 저 위인 모양인데 날개를 달기 전에는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에이씨∼! 그나저나 힘들어 죽겠네 배도 고프고...'
라혼은 잠들어 있는 드래곤이 깨어날까 봐 소리도 못 지르고 마음속으로 욕을 해댔다.
그리고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라혼은 얼마 동안이나 잠을 잤는지 모르지만 배가 고파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다시 드래곤의 보물창고로 갔다.
옛날 이야기 속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마법의 아이템이라도 혹시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여기 있더라도 라혼이 그걸 사용하는 법이나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드래곤은 보석을 먹는다던데 그게 사실인 모양이군. 아! 맞아 여기에 아티팩트Artifact(희귀하고 놀라운 힘이 담긴 물건이나 매개물)에 관한 책이 있을지 몰라! 혹시 여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한 라혼은 책이 싸여 있던 곳으로 가서 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전과는 달리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책들을 뒤지며 다시 한번 어마어마한 책들의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배가 고프다는 것까지 잊고 한참을 먼지가 가득한 드래곤의 서고를 뒤지던 라혼은 드디어 아티팩트Artifact에 관한 제목이 긴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제 마법사 길드가 발행한 희귀한 아티팩트Artifact 구별법과 간단한 아티팩트Artifact 제조법.
1. 보통 아티팩트Artifact의 대부분은 주문이 표면이나 안쪽에 새겨져있다.
2. 드래곤 본Dragon bon으로 만든 것은 주문이 없어도 대부분 아티팩트Artifact로 불릴만하다.
3. 그 외의 아티팩트Artifact는 전문 감정 마법사에게 가져가도록 저주와 관련된 아티팩트Artifact일지도 모르니......
라혼은 책을 한번 훑어보고는 드래곤의 보물창고가 있는 곳으로 가 마법이 걸려 있을 마한 물건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연 고룡(古龍) 에인션트 드래곤 지슈인드의 레어다웠다.
검은 가죽의 레더 아머를 들어보니 자신이 이것을 들고 있는지 의심이들 정도로 가벼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책의 내용과 비교할 때 바로 드래곤 본Dragon bon으로 만든 드래곤 레더 아머Dragon leather armor였다.
-드래곤 레더 아머Dragon leather armor는 거의 모든 주문의 효력을 무효화시키며 또한 방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라혼은 드래곤의 행동이 사람으로 치면 사람의 가죽을 보물창고에 넣는 것과 드래곤이 자신의 동족의 가죽을 보물창고에 넣는 것의 차이를 생각했다.
라혼은 이런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거 구석에 처박혀 있던 건데 그냥 내가 가질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드래곤의 보물을 건드리고 드래곤의 저주를 받은 전설을 라혼은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드래곤 레더 아머Dragon leather armor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다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여기를 탈출할 수 있을만한 아티팩트Artifact는 찾지 못했다.
그리고 아까 전에 뒤진 책 중에서 [북부 바바리안의 벌레요리 100선]이라는 책이 기억이 났다.
벌레를 먹는다는 것이 찜찜하기는 했지만 요리해놓은 책 안의 벌레요리의 그림이 지금 라혼에게는 너무 맛있어 보였기 때문 있었다.
'에라 설마 먹고 죽기야 하겠어! 그거만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나저나 어떻게 벌레를 잡지?'
다행히 벌레를 잡는 방법도 책 안에 씌어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라혼은 상당한 양의 벌레를 잡을 수 있었다.
잡고 나서가 문제였다. 벌레를 요리할 식기도 불을 피울 만한 나무도 없었다.
'어쩌지? 애라 어차피 여기서 나가지도 못할 거, 저 누런 큰 도마뱀의 물건 좀 빌려쓰자. 어차피 훔쳐 가는 게 아니라 빌려쓰는 거니까......'
라혼은 검은 색의 드래곤 레더 아머Dragon leather armor를 입고 구석의 처박혀 있던 거무튀튀한 롱 소드을 허리에 찼다.
그리고 구석의 아무런 문양도 없는 밋밋한 라운드 실드를 꺼내 사람 머리 만한 돌을 네 개를 모아 화덕을 만들어 그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샐리스트의 반지를 꺼내 화덕의 불을 피우는 곳에 놓고, 시동어를 외쳤다.
"샐리스트의 반지여! 권능을 발현하라!"
그러자 그 작은 반지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라혼은 물이 고여있던 물웅덩이에서 잡은 벌레를 씻어 프라이팬(?)이 된 달구어진 라운드 실드에 볶기 시작했다.
-촤아 치이이익∼
곳 구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벌레들이 먹음직스럽게 볶아지기 시작했다.
라혼은 잘 볶아진 벌레를 앞에 놓고 마지막으로 잠깐 망설이다 눈을 딱 감고 한 마리를 집어들어 입 속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바삭!
'어라? 의외로 맛있는데 고소하고......'
처음만 힘들었을 뿐 다음부터 게눈 감추듯 다 먹고는 라혼은 다시 한번 벌레사냥(?)을 하고 배가 부른 라혼은 포만감에 잠이 들었다.
지슈인드
-나는 위대한 골드 드래곤.
고룡(古龍)이라고 불리는 에인션트 드래곤 지슈인드다.
세계의 중앙, 지슈인드 산맥의 주인이자 드래곤 중에서 태초에서부터 존재한 고룡(古龍)이다.
지슈인드는 여행에서 돌아와 나의 보금자리에 오직 나만이 있어야 할 이곳에서 다른 존재가 느껴져 단잠에서 깨어나 보니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인간의 흔적이다.
'누가 감히 이곳에 침입한 거지? 아니 드래곤 말고도 이곳에 올 수 있는 인간이 있는 것인가?'
이곳은 '마나 윌Mana Wall'이라고 불리고 있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지슈인드 고원(高原)이다.
또한, 세계의 '마나 홀Mana hall' 칭해 지기도 해서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뭉쳐있는 곳이기도 해서 이곳에서는 마법사가 마나를 다루기가 힘들다.
고원(高原)이라 이곳에 익숙하지 않으면 고산병에 걸리기도 쉽고, 그보다 이곳까지 오려면 지슈인드 고원의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하고 또
희박한 공기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마법의 도움 없이 지슈인드 고원의 정 중앙인 이곳까지 오려면 상당한 모험가들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었다.
지슈인드 고원의 동서로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사막이 남쪽에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산맥(山脈)들이 굽이쳐 자리잡고 있었다.
세계를 동서남북으로 갈라, 서쪽으로 시드그람 대륙과 동쪽대륙, 남쪽의 인시드 대륙을 가르는 그야 말로 세계의 벽이다.
지슈인드는 일단 좁은(?) 레어 안에서 움직이기 쉽도록 인간으로 [폴리모프 셀프]했다.
'역시 인간인가! 창고 쪽에서 인간의 냄새가 나는군 어떤 인간이지...?'
지슈인드는 지신의 보물창고 안에서 자신이 갔다두지 않은 물건을 발견했다.
정확히 그것들은 자신의 것이지만 저렇게 진열해(?) 놓지는 않았다.
'이건 뭐지?'
라운드 실드가 솥을 대신해서 재료가 무엇인지 모를 차갑게 식은 수프를 반쯤 담고있었다.
지슈인드는 슬쩍 식은 수프를 보고 계속 이 흔적을 남긴 인간을 찾았다.
지슈인드는 침입자를 서고 쪽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검은 가죽갑옷에 갈색의 망토를 덥고, 책을 베개삼아 잠들어 있는 인간을 발견하고, 지슈인드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곳까지 와서 배짱 좋게 자고 있는 거지?'
지슈인드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 이 침입자는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시...시...시드씨∼!"
지슈인드는 일순 당황했지만 이 인간의 정체를 알게되었다.
바로 자신이 시드라고 불리던 때에 만났던 라혼이라고 하던 노예소년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지슈인드는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계속 엉엉 우는 라혼을 떼어내고 안색을 굳히며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소년이여! 너는 왜 이곳에 있는가? 여기는 인간이 올 곳이 아니다."
지슈인드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서린 목소리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이 등골이 서늘해진 라혼은 지금 시드가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했을 때의 모습이란 것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지금 라혼에게 드래곤이던 인간이던 문제가 되지 않았다.
2년만의 만나는 인간(?)이기에 반가운 마음이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었다.
그래서 비록 두려운 생각이 들었지만 질문을 해준 것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그게요! 시드씨가 드래곤으로 변해서 오크들이랑 싸울 때 오크들을 피해서 드래곤의 발가락 사이에 숨었는데 드래곤이 갑자기 날아오르잖아요! 그래
서 비늘을 죽어라 붙잡았는데 깨어나 보니 여기였어요!"
드래곤보다 오크가 더 무서웠다는 라혼의 말에 지슈인드는 자신의 드래곤 피어Dragon Fear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늙었나? 내 드래곤 피어Dragon Fear보다 그 쓰레기 오크가 더 무서웠다니...'
어째든 자기가 데려와 놓고 그냥 슬쩍 없애(?) 버리기에 조금 켕기기는 했다.
지슈인드는 자기의 능력을 다시 확인이라도 하듯 어마 어마한 드래곤 피어Dragon Fear을 뿜어내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장하며 말했다.
"좋다. 소년이여! 너의 생명을 뺏지는 않으마 대신 작은 소원하나를 들어주마!"
위대한 고룡 지슈인드는 이 인간이 절대 무리한 소원을 말하지 못하도록 겁을 팍팍 주며 말했다.
라혼은 자기를 무섭게 노려보는 시드에게 주눅이 들어 기어 들어가는 어투로 말했다.
"검술을 가르쳐 주세요!"
"그래 검술을..?!! 뭐?"
라혼의 소원에 지슈인드는 고룡(古龍) 답지 않게 당황했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그런 소원이 생각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그럼 계속 여기서 살겠다는 말이냐?"
"예!"
"......"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황당하기까지 한 라혼의 말에 지슈인드는 다시 한번 자기 능력을 의심해야 했다!
'역시 늙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이 녀석이 별난 건가? 내 드래곤 피어Dragon Fear가 안 통하다니?'
사실 라혼은 지슈인드의 생각과는 반대로 너무 겁주는 분위기에 살려준다는 말이 죽이기 전에 소원 한가지만 들어준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만한 소원을 말한 것뿐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지슈인드는 드래곤 체면에 약속을 어길 수도 없어 승낙했다.
"좋다 소년이여! 소원을 받아들이겠다!"
지슈인드의 대답에 라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곳 왜 그런 소원을 빌었을까 하는 후회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룡(古龍) 에인션트 드래곤 지슈인드의 검술지도 방법은 대련이었다.
하지만 말이 대련이지 일방적으로 라혼이 맞는 것이었다.
죽도록-.
에인션트 드래곤 고룡(古龍) 지슈인드의 검술지도방법은 대련빙자 구타(?)였다.
하지만 맞지 않기(?) 위한 라혼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지슈인드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목검을 휘둘렀고 라혼은 쉬지 않고 오랫동안 맞기(?)위해 급소를 피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무리 맞아도 아프지 않을 정도가 되어 간간이 반격을 하게되고 지슈인드는 목검이 몸을 때려와도 무시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지슈인드가 중얼거리듯이 말했고, 라혼은 기절했다.
"좋아! 다음부터는 진검이다!"
진검대련이 시작되자 라혼의 수련은 엽기가 되었다.
맨몸으로 지슈인드의 검을 받자 지슈인드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대로 찔러버렸고 라혼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지슈인드는 급소를 피해 치명상을 겨우 면했지만 죽기 바로 직전인 라혼을 최고의 고급치료 주문인 [규어 크리틱컬 운즈Cure Critical Wounds]로 모든 상처가 치료하고는 다시 대련빙자 난도질(?)을 했다.
라혼은 지슈인드와의 진검수련에서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우습고 어떨 때는 심장이 정통으로 관통해 죽기 직전까지 가는 것은 보통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 강해진다는 말이 있던가?
라혼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상처가 치명상에서 중상으로, 중상에서 경상으로 다시 살짝 긁히는 정도로 되고 이젠 간간이 날카로운 반격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슈인드는 다시 말했고, 라혼은 다시 긴장했다.
"훌륭해! 다음부터는 골렘을 소환해서 싸우게 해주지!"
라혼은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곳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골렘 한 마리를 소환해서 싸웠지만 라혼이 간단하게-사실 거의 죽을 뻔하다가 겨우 물리쳤지만-해치우자 그 다음부터는 세 마리, 세 마리도 해치우자, 다음에는 네 마리, 그리고 자이언트 골렘까지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라혼은 인간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렇게 평화로웠던(?) 어느 날 라혼은 자신의 입이 찌어놓을 정도로 원망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라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수련을 마치고 스승님에게 치료마법을 시전 받은 후 식사준비를 했다.
먹을 것이 없어 먹던 벌레요리가 이젠 완전히 맛들어 버렸고, 어떻게 구했는지-지슈인드가 마법으로 만들었던 밖으로 나가 구해왔던 알 수는 없지만-신선한 야채와 고기 빵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라혼이 식사 할 동안 심심했는지 굳이 먹을 필요 없는 드래곤인 지슈인드도 같이 식사를 했고, 라혼도 혼자 먹는 것보다 원수 같은(?) 스승일 망정 같이 먹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자신이 먹을 것이라도 끼니때마다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에구! 귀찮아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마법 같은 것은 없나?"
"왜?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스승님?!"
누가 귀 밝은 드래곤이 아니랄까봐 라혼의 혼자 말에 지슈인드가 물어왔다.
이때까지 어떤 상황인지 깨닫지 못한 라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 것이 있다면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라혼은 그렇게 말한 자신을 저주했다.
드래곤은 절대 허튼 소릴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지슈인드가 드래곤 중에서도 고룡(古龍)이라는 사실을 잠깐 잇고 있었던 것이 라혼의 실수였다.
그날부터 라혼의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마법] 수련이 시작되었다.
-마음을 열어 우주를 관(觀)하고, 나를 관(觀)하고, 마음을 관(觀)하며, 주위를 감싸는 모든 것을 느껴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세상에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은 항상 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것을 관(觀)하여 변화시키고, 유지하고, 본래의 것으로 환원시킨다.
스승인 지슈인드는 대충 이렇게 설명하곤 라혼을 그대로 그냥 굶겼다.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고, 탈진해 기절할라치면 지슈인드가 회복마법으로 기절도 맘대로 하지 못했다.
아무리 지슈인드의 대련을 빙자한 구타와 난도질을 견디어 내고 전설과 이야기책 속의 영웅도 당해내기 힘들다는 자이언트 골렘을 셋이나 상대하는 라혼이라도 작은 말실수에 몇 달이나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기절하지도 못하고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진짜 기적이었다.
'미치는 것도 안될지 모르지!'
스승 때문에 죽을 염려는 없었지만 그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다.
아니 차라리 고통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고통도 아픔도 배고픔도 졸음도 없었다.
허무! 끝없는 허무 그것뿐이었다.
아니 나중에는 허무도 없었다.
그러던 중 스승 지슈인드의 말이 떠올랐다.
배고프고 졸릴 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하려고 해도, 되지 않던 우주를 관(觀)하고, 나를 관(觀)하고, 마음을 관(觀)하며, 주위를 감싸는 모든 것을 느껴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없다고 믿었던 공간에 사실은 충만한 공기의 흐름과 '힘' 그리고 내 마음도 그 공간 안에 있음 느꼈다.
위대한 고룡(古龍) 에인션트 드래곤 지슈인드는 이 인간 제자가 걱정스러웠다.
인간이 알고있는 모든 지식 중에 지슈인드가 가장 자신이 없어하는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황당한 요구를 한 제자가 깨어나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인간으로써 삶을 많이 살아 보았고 그 중에서 검사나 기사, 바바리안 등의 경험을 해보았고 그 때문에 검술의 지식이나 지슈인드 자신의 검술도 상당한 경지에 있었지만 한 인간검사와 겨루어 정말 어이없이 패했고, 그 검사의 실력은 1000년 이상을 산 성숙기에 접어든 드래곤과 정식으로 싸워도 충분히 상대할만한 어마어마한 실력의 검사였다.
그에게 패한 지슈인드는 다른 검사와 겨루어 보았고 지슈인드 자신의 검사로써의 실력은 소드 마스터에 속하는 정도지만 그 정도 수준의 인간는 굉장히 많은 편-어니까지나 드래곤입장에서-에 속한다는 사실에 지슈인드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소드 마스터의 검은 기술뿐만이 아닌 그 무언가가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그레이트 소드 마스터는 지슈인드가 유일하게 존경한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 그레이트 소드 마스터에게 배운 대로-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검술을 재대로 익히려면 많이 맞아봐야 되고,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며, 그런 중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인 지슈인드가 그것도 에인션트 드래곤이고 고룡(古龍)이라 불리는 위대한 용은 아무리 맞아도 인간의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 누가 비록 인간으로 변신했을 망정 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지슈인드는 검술을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사실 그것은 드래곤의 짧은 유희였을 뿐이었다.
지슈인드는 배우는 것을 포기한 그 검술을 라혼에게 시험해 보았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라혼은 느리지만 착실히 대련하면서 지슈인드가 쓰는 다양한 기술을 배워 나갔고, 이미 지슈인드의 검술경지를 뛰어넘어 가고있었다.-지슈인드가 인간정도의 힘을 사용했을 때의 얘기다.
결국 지슈인드로써는 더 이상 가르칠게 없었다.
그래서 골렘을 소환해 라혼의 실력을 시험하고 실전경험을 쌓게 하였다.
그리고 이젠 라혼을 보내주어야 하지만 지슈인드는 이 재미있는 녀석을 아직은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성장시키고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이야.
특히 그것이 자신은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했다.
또 드래곤만의 권능의 힘을 인간인 라혼이 사용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짧디 짧은 생으로는 어려운 일을 인간인 라혼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생물 중에서 유일하게 드래곤 그것도 고룡(古龍)이라 불리는 에인션트 드래곤만이 사용 가능하다는 용언마법(龍言魔法)을 가르쳤다.
사실 용언마법이 숙련되면 대기의 에네지을 마음대로 사용 할수있게 되어 음식물이 필요치 않게 되는거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용언마법(龍言魔法)은 신과 권능 중, 권능을 발현하게 한 것이다.
위대한 창조의 힘은 신을 창조해내고 신은 권능으로 창조의 힘이 만든 혼돈 속에서 우주를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다시 빛을 만들고 하늘과 땅을 지었으며, 혼돈에 파편으로 생명을 만들었다.
권능은 신을 만들고 신은 권능으로 우주를 지었다.
창조와 신과 권능은 하나이기도 하도 셋이기도 하며 모든 것이기도 한 것이다.
창조는 모든 것이 존재함으로써 있는 것이고 신은 질서를 만들고 유지함으로써 있는 것이요 권능은 모든 존재를 변화하게 함으로써 있는 것이다.
권능은 우주 안에 땅을 짓고, 하늘을 지었고, 그 안에 생명을 지었다.
신은 그 안에 질서를 부여했고, 생명 중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를 골라냈다.
그리고, 그 존재들에게 권능은 자신의 권능을 부여했고, 신은 질서를 가르쳤으며, 창조는 그대로 존재했다.
그 중 드래곤은 권능을 인간은 창조를 드워프와 엘프, 오크, 오거 등의 다양한 종족은 질서를 따랐다.
드래곤은 질서 안에 존재하고, 인간도 권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드워프와 엘프는 스스로 자유로웠다.
드래곤의 용언마법은 권능에 가장 가까운 힘이며 지슈인드는 그 힘을 신화 속의 이야기처럼 인간에게 바로 라혼에게 행사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가장 지혜로운 골드 드래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태초부터 존재한 에인션트 드래곤 고룡(古龍) 지슈인드는 그것을, 오랜 궁금함을 풀려는 것이다.
인간인 제자 라혼의 지금 상태는 지슈인드에게 하나 하나가 모두 흥미로웠다.
탈진하여 죽지 않도록 계속 마법을 시전하다 어느 순간 라혼의 몸이 스스로 회복이 되고 있었고 라혼은 자신의 몸을 완전히 회복시킨 후 무아에 세계에서 깨어 나왔다.
"괜찮니?"
"스...스승님?"
"기분은 어때? 몸은? 뭐가 깨달은건 있는거냐? 어서 말좀해봐~!"
"한가지만 물으세요!"
"그런 말 할 기운 있으면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몸은 괜찮은 것 같은데, 기분은 이상해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럼 성공한 거야! 수고했다. 라혼!"
라혼은 스승님의 처음으로 한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마법]을 익혔다는데 배가 무지 고파왔다.
"저어∼ 스승님!"
"왜"
"제가 익힌 것이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마법]이 맞아요?"
"......"
"근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죠?"
"수련이 덜됬군 계속 굻머~!"
"?!?!?!?!!!!!"
세상 속으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단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밖에는-.
라혼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었다.
항상 고된 수련의 연속이며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가 바로 휴식시간이었다.
그리고 달디단 단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힘든 수련의 연속.
라혼의 몸은 더욱 강해져 갔지만 정신은 그러치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라혼은 단잠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지슈인드는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깨어나지 못하는 라혼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무엇인가가 잘못된 것이다.
'음∼! 정신의 진화에 몸이 따라가질 못하는군! 짧은 삶을 사는 인간이어서 그런지 배우는 것이 너무 빠르다 싶었는데 결국 정신의 진화에 몸이 따라가질 못해 영혼이 잠들어 버린 것이군 흐음! 이거 문제가 심각한데 드래곤이라면 해츨링에서 성룡(成龍)으로 변화하는 휴면기(休眠期)지만 인간이라면 이 휴면기(休眠期) 자체가 거의 일생(一生)과 맞먹는 시간인데 결국 이대로 두면 영영 깨어나질 못할텐데...!'
드래곤이라면 본능적으로 해츨링에서 성룡(成龍)으로 커가면서 그 힘이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다.
그 커지게 된 힘을 감당하기 위해 몸이 더욱 단단하고 거대해지며 그러기 위해서 긴 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원래 드래곤은 잠을 자지 않는다.
하지만 최강의 마법생물이라는 드래곤도 생물이라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고 그 휴식기간에 몸이 더욱 강력해진 능력에 맞게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해츨링상태에서는 보통의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먹이를 먹고, 잠을 잔다.
하지만 처음의 휴면기(休眠期)를 거치고 나면 성룡(成龍)이 되어 먹고, 자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드래곤이라면 휴면기(休眠期)라도 마나가 계속 돌아 몸을 커지게 할텐데 이 녀석은 몸이 다 자란 상태라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거고 신체의 구조도 드래곤과 다르니 마나가 돌기는커녕 미약한 기운만이 죽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미약한 기운마저 사라지면 죽을텐데 어쩌지?'
드래곤이 휴면기(休眠期)에 들어가더라도 마나가 몸 안을 도는 까닭은 바로 드래곤이 마법생물인 이유이자 드래곤의 권능의 원천인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인 라혼에게 그런게 있을리없다.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는 마나가 모여있는 기관이며 마나를 드래곤의 뜻대로 움직여 권능을 행사하게 하는 드래곤만의 특수한 기관이다.
드래곤 하트Dragon Heart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드래곤이 해츨링인지 성룡(成龍)인지를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드래곤은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인간은 나이가 들어 수련을 통해서 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드래곤은 원래 힘을 가지고 태어나 후에 그 힘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만 인간은 다루는 법을 먼저 익히고 미약한-드래곤의 입장에서-힘을 모아 그것을 다루게 되는 것이다.
드래곤이 힘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것을 제어하는 것이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다.
바로 첫 번째의 휴면기(休眠期)는 이것을 생성되는 과정인 것이다.
지슈인드는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문득 떠오르는 것있었다.
'그렇군! 내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를 사용하면 되겠군! 이 녀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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