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원단가공업체를 운영하던 A씨(49)는 사업에 실패하자 채권자들을 피해 1999년 1월 브라질로 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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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브라질에서도 현지 한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원단유통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수입은 시원치 않았고 곧 채권자들에게 반환 독촉을 받기 시작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A씨는 직원인 B씨(46)와 공모해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환전업자이자 채권자이기도 한 C씨(여·당시 47세)를 살해하고 돈을 뺏기로 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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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15일 오전 이들은 C씨에게 전화를 해 "미화 3만 달러(약 3300만원)를 환전하려는 사람이 있다. 돈을 준비하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C씨가 현금을 가지고 사무실로 오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는 이후 C씨의 가방에서 현금 1만 달러를 꺼내 B씨에게 도피자금으로 5000달러를 건넸다. B씨는 이 돈을 가지고 과거 자신이 이민했던 파라과이로 도주했다. 하지만 A씨는 다음날 브라질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아 현지 교도소에 수감됐다. 복역 중 23년 4월로 감형된 A씨는 2016년 6월엔 가석방돼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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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강제추방돼 국내로 입국한 A씨를 바로 검거했다. 파라과이로 도주했던 B씨도 2010년 국내로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붙잡았다. 이후 검찰은 2017년 브라질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 지난해 5월 사건 관련 자료를 건네받은 후 이들을 수사해 지난해 말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렬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은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공격으로 죽어가면서도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이고 유가족 또한 피해자의 사망으로 형언할 수 없는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브라질에서 범행한 A씨와 B씨가 국내에서도 실형을 살게 된 것은 '속인주의'에 따른 것이다. 형법 제3조는 '절대적 속인주의'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은 대한민국 법률로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 1부도 베트남에서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55)씨에게 '속인주의'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해외에서 적절한 절차에 따라 도박장을 개설했다고 해도 국내법에 따라 도박장 개장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법원은 판시했다.






'속인주의'에 따라 A씨와 B씨 모두 징역형을 받았지만, 실제 수감 생활을 하는 것은 B씨 뿐이다. A씨는 선고 당일 석방됐다. A씨가 브라질 현지에서 한 수감 생활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A씨가 (브라질에서) 가석방돼 형 집행이 종료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에 대한 선고형(징역 15년)과 판결 선고 전의 미결구금일수(3일)를 고려해 (브라질에서) 집행된 형 중 14년 11월 27일을 (국내 법원) 선고형에 산입(셈하여 넣음)한다"고 밝혔다. 형법 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만약 작량감경(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기를 깎아주는 제도) 없이 이들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면 A씨와 B씨 사이에 실질적으로 15년 9월 이상의 형 집행 차이가 발생한다"며 "둘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법원이 B씨에게도 A씨와 같은 징역 15년 형을 선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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